제목 | 아버지, 저를 품꾼으로라도... | |||
---|---|---|---|---|
이전글 | 하느님을 웃기는 법*^^* (3/17) | |||
다음글 | Ferdinan | |||
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3-17 | 조회수2,921 | 추천수32 | 반대(0) 신고 |
며칠간 계속 가슴이 아프다. 고질병인 잇몸도 부어서 나를 괴롭힌다. 그런데도 가슴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그 아픔을 호소한다. 나하나도 감당하기 힘드는데...
왜 이럴까 생각해 보며 오늘 아침 미사를 봉헌하고 영성체 후 묵상을 하는데 울컥 눈물이 치솟는다. 그 눈물이 저 깊은데서 계속 솟아나오는 것 같다.
오늘 미가 예언서의 말씀은 나에게 이렇게 들려왔다:
<주님, 저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자세요 수도자입니다. 저를 보살펴 주십시오. 지금 영혼이 메말라 있습니다. 다시금 제가 사제로 서품될 때처럼 다시금 제가 종신서원을 발했을 때처럼 그러한 신선함으로 영적인 풀을 다시 뜯도록 해 주십시오. 그 옛날 보여주신 그 놀라운 일을 다시 보여 주십시오. 제 문제를 알것 같습니다. 당신 사랑 안에 충만했던 그 옛날, 저는 모든 것을 당신께 고백했었습니다. 자주 당신을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속속들이 당신과 이웃에게 범한 잘못들을 사제를 찾아 자주 고백하였습니다. 살아갈수록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일인데, 내 일처럼 바쁘게만 살아왔습니다. 당신을 찾는게 게을렀습니다. 일을 핑게로 고백성사도 자주 보지 않았습니다. 겸허하지 못했고 동료 사제들에 대한 신뢰심도 부족하였고, 그 효험에 대해서도 별로 믿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찾아오는 신자들을 위해서는 그 필요성을 누누이 역설하면서도 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한달에 한번 보던 것이 두달에 한번... 때로는 석달, 넉달 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 하느님의 기쁨이야 한결같이 저에게 사라을 베푸시는 일 아니십니까? 마음을 돌이키시어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저의 온갖 죄악과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옛날처럼 거짓없는 사랑, 한결같은 사랑으로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복음을 통해서는 더욱 더 회개를 촉구하신다.
탕자의 비유를 통해 나보고 다시 돌아오라신다. 작은 아들이 돌아오듯이, 그리고 아버지 집에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온갖 복을 다 누리고 있으면서도 불평불만하고 있는 큰 아들인 것처럼 나를 다시 돌아오라신다. 부끄럽고 죄스럽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주님, 주님과 모든 이웃들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주님의 사제라 불릴 자격도 없습니다. 주님의 종인 수도자로 불릴 자격도 없습니다. 주님, 저를 그저 품꾼으로라도 써주십시오.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그리하여 진정 ’작은 자’로 살게 하소서. 그 옛날 사부 프란치스코를 통해 나를 작은형제로 불러주셨듯이 그 성소를 다시 제대로 살도록 해 주십시오. 그냥 아무것도 아닌 종으로 써 주십시오.>
오늘은 동료 사제를 찾아가 내 죄를 고백하고 싶다. 그리고 치과에도 가서 잇몸도 치료하고 싶다. 그리하여 아픈 가슴도, 잇몸도 새로운 활력을 찾아 맑은 영혼의 숨을 쉬고 싶다. 그리고 아버지 집에서 그분과 함께하는 기쁨을 맛보고야 말리라. 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시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