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예루살렘에서(주님 수난 성지 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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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04-09 | 조회수2,253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올리브 산에서 바라보는 예루살렘의 전경은 참으로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이었던가!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쉼 없이 걸어왔던 힘겨운 길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결코 포기하지 말고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맞아주고 있다. 겉옷을 길에 펴놓고 환성을 지르며 나를 반기는 사람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나의 길을 모른다. 자신의 기대와 감정에 이끌려 기뻐할 뿐, 나의 길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최후의 만찬을 거행한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제자들, 얼마나 사랑했던가! 나의 모든 것을 내 주었다. 아무런 대가없이. 그러나, 이들은 나를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간다. 나를 팔아 넘긴 가련한 제자 유다, 나와 함께 한시도 깨어 있지 못하고 피곤에 지쳐 쓰러진 제자들, 힘없이 붙잡힌 나를 두고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울부짖던 베드로.
더 많은 이들이 나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한다.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병사들, 두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이 외쳐대는 대사제들과 원로들,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쳐대는 사람들, 책임을 회피하는 빌라도, 가진 자들에게 빌붙어 채찍질하고 못 질하는 불쌍한 하수인들, 나를 지켜보며 흐느끼는 여인들,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죄인들, 나를 묻어 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나는 혼자이다. 그러나 결코 혼자가 아니다.
이제 너를 내 길에 초대한다. 과연 너는 어떤 모습으로 이 길에 함께 하겠느냐?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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