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수요일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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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4-11 | 조회수2,080 | 추천수19 | 반대(0) 신고 |
오늘 무대는 뭔가 심상찮다. 무교절을 지내기 위해 예수와 제자들은 먼 여행길을 거쳐 이제 예루살렘에 당도하게 된다. 그런데 어디서 묵으면서 파스카 만찬을 지낸단 말인가? 예수를 포함한 적어도 13명의 식구들을 맞이해 주고 방을 내어 줄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이스라엘 전역에서 이 무교절 축제를 지내기 위해 사람들이 버글버글한 때에 말이다.
예수께서는 적어도 그런 인물을 가지고 있었다. <성안에 들어가면 이러이러한 사람이 있을 터이니 그에게 주인께서 쓰시겠다고 하더라>고 전하라고 한다. 이름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예수에게 선뜻 방을 내어줄 은인을 예수는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분명 예수 수난극의 조연이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중요한 역할을 분명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가끔 이러한 역할을 하도록 초대받는다. 내가 가진 것을 주님을 위해, 또 주님의 사업을 위해 선뜻 내어놓도록 초대받는다. 그게 비록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예수와 그 일행에게 방을 내어준 이 은인 덕분에, 바로 성체성사가 제정되지 않았던가? 이 은인 덕분에 세족례의 은혜를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고 있지 않은가?
수도원 안에서 행정과 양성분야에서 일하면서 정말 수많은 은인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특히 형제들의 양성을 위해 선뜻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은인들이 많다. 양성비가 부족해서 고민을 하고 있을 때면 영낙없이 이러이러한 사람이 나타나 그것을 채워주심을 늘상 체험하게 된다. <주인께서 쓰시겠답니다>는 요청을 듣고 거기에 응답하는 분들이 많다는 말이다. 우리 교회와 수도회에서 하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사업들은 바로 이러한 주님의 초대에 기꺼이 가진 것을 내어놓는 선의의 신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무대의 중심인물은 여전히 유다이지만 우리는 숨어있는 조연인 <이러이러한 사람>에게 우리의 관심을 돌리자. 주연급인 유다와 제자들은 예수님의 배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저마다 <저는 아니겠지요?> 하며 불안해하고 있는 사이에, 이 조연인 <이러이러한 사람>은 예수와 하느님 나라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공로를 쌓고 있다.
성 수요일에 우리 또한 보잘것없지만 <이러이러한 사람>으로 주님의 초대에 기꺼이 <예>하는 사람이 됨으로써 그분의 구원 계획에 동참하자. 이름없는 사람으로...
오늘은 특별히 <이러이러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감사의 기도를 바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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