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또 다른 세상(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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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 작성일2001-04-22 | 조회수2,07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16. 또 다른 세상
나는 이 곳에서 일상사 안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허겁지겁 뛰는 나를 보고 수사님들은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한다. 내가 바쁘게 서두르면 수사님들은 천천히 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내가 걱정했었던 일들이 부질 없고 불필요한 걱정이었음을 알아간다. 지난 주 죤 에우데스 수사님에게 내가 어떻게 잘하고 있는것 같냐고 물었었다. 수사님은 ’괜찮은 것 같은데요. 아직 아무도 신부님에 대해서 말하는 걸 못들었으니까 말이죠" 하고 대답했다. 사회에서 같으면 이 정도의 평가가 썩 좋은 평가는 아니었을 텐데 수사님은 그저 그렇게만 대답했다. 내 생활의 표면에 쉬임없는 일상사의 파문이 일고 있지만 그 밑에는 도도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마르셀러스 신부님께서 저녁 식사 동안 베에토벤이 그의 친구를 위해 새로 작곡한 소나타를 연주했었을 때의 일화를 읽어 주었다. 연주가 끝났었을 때 베에토벤의 친구가 베에토벤에게 방금 연주한 곡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었단다. 그러자 베에토벤은 아무 말 없이 피아노로가서 방금 연주했던 곡을 한 번 더 연주하고는 ’그 소나타의 뜻은 바로 이거야’라고 대답했었다는 것이다. ’관상생활이 어떤 생활입니까?’ 혹은 ’수도생활이란 어떤 생활입니까?’라는 질문에는 이런 식의 답변만이 가능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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