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분노(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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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 작성일2001-04-23 | 조회수2,052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17. 분노
영성생활에서 주된 장애물 중 하나는 바로 분노이다. 에바그리우스는 ’기도하는 사람의 상태는 흔들리지 않는 평정이 습관화된 상태로 묘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곳에서 날이 갈 수록 나는 내 안에 분노의 가름대 같은 것이 있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수도원에서 살다보면 수도원의 삶은 정말이지 분노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수도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누가 예의가 없었다든지, 이기적이었거나 거칠게 굴었다든지 하는 등, 그래서 내가 화를 내고 적개심을 품게 되었다는 식으로 내 분노의 근거와 이유를 얼마든지 쉽게 찾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사람들이 모두 상냥하고 친절하고 사려깊게 처신한다. 정말 모두가 예의도 바르고 착하게만 느껴진다. 도대체 내가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뒤집어 씌울 대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다보면 아마 분노의 원인은 이 사람 저 사람이 아니고 바로 내 자신임이 분명한 것 같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바로 내 분노의 원천인 것이다. 나는 내가 스스로 원해서 이 곳에 왔고, 아무도 이 곳에서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화가나고 기분이 언짢게 된다면, 이는 그 분노의 깊은 뿌리와 원천을 발견 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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