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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 번, 천 번, 만 번(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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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쪽지 캡슐 작성일2001-04-26 조회수1,889 추천수9 반대(0) 신고

 

20. 백 번, 천 번, 만 번

 

기도에 관하여 어떤 글을 쓴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내가 쓰고 있는 그 내용을 실제로 내 자신이 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주 내내 기도에 관한 글을 읽고

또 기도에 관한 글을 쓰느라고 야단이다.

나름대로 바쁘고 흥분한 나머지

기도에 관한 얘기들을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기도하러 갈 시간 마저 없는 얄궂은 상황이다.

기도한답시고 앉아 있으면서도 정작 기도는 하지 않고

기도에 관한 이런 저런 얘깃거리를 머리 속에서

요리조리 꿰어 맞추어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기도란 하느님을 위해 내 마음과 정신을 비워버리는 것,

기도 중에는 기도에 관련된 생각이나 느낌까지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도가 기도가 아닌

기도에 ’관한’ 여러 가지로 채워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기도에 관한 나의 지식과 앎이

나의 기도를 기도답게 해 줄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기도를 하다가도 어떤 멋있는 생각이나 스치는 아이디어 같은 것이 있으면

나는 금방 그런 내용들을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내 자신 안에서 토론을 벌이곤 한다.

이런 식이 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다시말하면 매번 어떤 생각 같은 것이 떠오르면

언제, 어떤 자리에서, 어떤 강의나 강론 혹은 논문에

이런 내용들을 써 먹을까 하고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가 하느님과는 거리가 먼

내 자신의 걱정거리에 결국은 사로 잡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수기도’가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온다.

그냥 단순하게 러시아 농부가 그랬던 것처럼

백 번, 천 번, 만 번

’주, 예수 그리스도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되뇌이다 보면 내 마음이 점점 비워지고 깨끗해 진다.

그래서 하느님께 조그마하게나마 어떤 기회를 드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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