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외로움이 아닌 고독(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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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 작성일2001-05-02 | 조회수2,733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26. 외로움이 아닌 고독
어떤 이들에게는 별로 반갑지 않을 소리 이지만 나는 분명하게 큰 소리로 말하고 싶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우리의 외로움을 몰아내 주지는 못한다. 그 소리는 틀린 소리다.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의 외로움을 보존하고 보호한다고, 그래서 마침 내 그 외로움을 은혜로운 선물이 되게 한다고 말해야 한다. 외로움은 인간적인 쓸쓸함(loneliness)과는 뭔가 다른 그 어떤 것, - 나는 그것을 고독(solitude)이라 부른다 - 저 너머의 고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이비 신앙이 우리에게 주는 눈 앞의 거짓 약속, 손 쉽게 얻을 수 있는 위안, 그리고 순간적인 만족과 쾌락에 우리 자신을 내 맡길 때를 보면 우리는 때로 우리 인생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피해보자고 벼라별 술수를 다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통스럽더라도 정직하게 우리의 외로움을 직면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고, 우리 존재의 경계를 초월하여 저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받은 초대이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교의 신앙이다. 외로움에 대한 진솔한 자각과 대면으로 우리는 내적 공허와 허무를 만난다. 자칫하면 파멸의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는, 그런 고통과 공허의 자리이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은 그 자리를 감미로운 약속으로 채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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