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식사의 성사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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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5-04 | 조회수2,026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어제, 오늘 이틀간 몸살에다 배탈까지 겹쳐서 온종일 끙끙대며 누워있어야 했다. 식사를 할 수도 없었고, 영성체도 하지 못하였다.
요즈음 계속해서 주님께서는 생명의 빵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급기야는 당신 자신이 바로 이 생명의 빵이라고 하신다. 이 때문에 많은 제자들이 당신을 떠나기까지 하는데...
우리가 매일같이 먹는 양식은 우리 육신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우리가 평생동안 먹는 음식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소식주의자들이 오래 산다는 논리가 성립된다고도 한다.
먹는다는 것... 결국 먹고도 죽어가야만 하는 것인데도 때론 배고파서 허겁지겁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배가 고프면 이렇게 허겁지겁 먹는 것에 안달하는데 영적인 양식인 성체를 모시지 못하면 허기에 안달하지 않는지...
복음을 통해 식사는 참으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식사는 그냥 배를 채우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식사는 하나의 성사이다. 식사는 축제요 사랑의 나눔이다. 그냥 게걸스럽게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욕구충족의 시간일 뿐이다. 수도자는 식사를 게걸스럽게 해서는 안된다고 어떤 선인은 말한 바 있다.
식사가 욕구충족의 도구냐 하나의 성사가 되느냐? 이것이 식사가 진정한 생명의 빵이냐 썩어없어질 빵이냐를 가늠하는 척도가 아닐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양이 얼마나 되며, 지금까지 신자로서 영한 성체의 양이 얼마나 될까? 그 먹은 음식이 그 영한 성체가 온전히 성사가 되었다면 나는 영육으로 얼마나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러나 내가 먹은 음식이 욕구충족의 수단이었다면 그리고 내가 영한 성체가 그분이 내 안에서 사는 힘이 되지 못했다면 나는 영육으로 건강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그렇다! 내가 먹은 식사가 성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 힘으로 주님의 일을 행할 때이고, 내가 영한 성체가 진정한 생명의 빵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주님과 함께 더불어 살 때이다. 그분이 내 안에 들어오셔서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내 안에서 살며 일하시게 될 때 참으로 그분은 내 안에서 살아계시며 진정한 생명의 빵이 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한끼에 100,000원씩이나 하는 고급 식사를 한들 그것이 나에게 참 생명을 줄 수 없다. 내가 먹는 음식이 아무리 보잘것없어도 그 음식이 내 안에서 새로운 힘을 발휘함을 깊이 체험한다면 성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오늘 영성체를 하였지만 그분이 내 안에서 계심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제멋대로 살았다면 그분은 내 안에서 성사화가 되지 않고 그냥 제병 조각으로 남게 되고 마침내 다른 음식물들과 함께 배설물이 되고 말 뿐이다. 내가 주님을 모셨다면 주님이 내 안에서 힘을 발휘하셔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성사화가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영이 살아남을 느끼게 된다. 그때 우리는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알아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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