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 아이 이야기(5/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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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우진 | 작성일2001-05-10 | 조회수2,027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오늘 우연히 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중 3 남학생이었던 그 친구는 선천적으로 왼손의 손가락이 없는 친구였다.
첫 인상은 활발해 보였는데 오늘은 무척 우울해 보였다. 알고 보니 자주 혼자 있을 때 그런 슬픔에 시달린 단다. 결국 그 친구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주변 사람에게 비쳐졌던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허탈했을까?
나는 그 친구와 30여분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토록 맘이 따듯하고 성숙한 아이가 있을 까? 하고 탄복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기에 어쩌면 이 아이는 너무도 일찍 성숙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손이 불구라고 하는 사실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 안에는 자라면서 부모님들이 그 아이에게 했던 말들이 무척이나 큰 상처로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런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이 너무 많았기에 슬펐다. 인정 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주변의 아이들은 그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들까지 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 아이의 별명은 "인간 샌드백"이다. 얻어 맞고도 가만히 있는 그런.. 부모님들의 시선은 "니가 뭐 잘난게 있어서.." "머리가 안 좋으니 뭘 할 수 있겠어!"였다.
참으로 맘이 아팠다.
그 친구를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을 가진 어른이 있었다면, 그런 친구들 인정해주고 공감해줄 주변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 아이는 내일 이 곳을 떠난다. 내가 할 것은 내 맘 한 곳에 그 아이의 자리를 마련한 채 기도하는 것 뿐인가? 하는 의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본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를 떠나신다는 말씀을 하신다.
다른 사람을 위한 자리! 나의 맘속에 그 자리를 마련해야 겠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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