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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영령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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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1-05-19 조회수2,152 추천수4 반대(0) 신고

 

 

어제(5,18) 예수살이 공동체 청년금요미사에 했던 강론입니다.

 

 

오늘은 5월 광주민중항쟁 21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어느덧 21년 전 5월의 처절한 몸부림이 서서히 우리 가운데서 잊혀져가고, 말끔하게 차려진 기념식장에서의 의례적인 행사만이 떠난 님들의 애달픈 삶과 죽음을 더욱 서럽게 만드는 오늘입니다.

 

구조조정의 매서운 칼바람이 이 땅의 선한 민중의 삶을 짓밟고, 21세기의 제국을 꿈꾸는 오만한 망상가 미국의 날카로운 발톱이 일치와 평화를 갈구하는 이 땅의 순박한 백성을 마구 할퀴려는 오늘, 그 해 5월에 떠난 님들을 떠올립니다. 지난 시절 이 땅의 자유와 민주, 해방과 평화를 위해 온 몸을 사른 열사들을 떠올입니다.

 

이 시대를 사랑하였고, 민중을 사랑하였고, 자유와 해방,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였기에 가녀린 자기 한 몸 보살피는 것조차 사치로 받아들여 내팽개치고 역사의 제단 앞에 산 제물로 바치신 님들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젖습니다. 님들은 참사랑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증언하셨습니다. 사랑은 추상적이지 않으며, 몇 마디 가벼운 말로 고백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은 감상적인 눈물이 아니라 솟구치는 피임을, 골방에서 읊조리는 독백이 아니라 백주대낮에 온 천하를 향해 외쳐대는 피끓는 함성임을 보여주셨습니다.

 

님들의 사랑은 돌아올 수 없는 먼길로 님들을 내몰았습니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가장 위대하고 숭고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님들은 그렇게 하나씩 죽어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죽음의 사슬을 끊고 부활하여 약하디 약한 우리 앞에 서시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장난 것처럼 보였던 십자가에서 고개를 떨구시던 예수님, 그러나 죽음을 딛고 참 생명과 해방으로 오신 그리스도처럼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님들이 우리와 같은 신앙인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같은 신앙인이었는가 아니가 라는 사실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님들은 참사랑을 통해 입이 아니라 몸으로 우리가 간절히 염원하는 그 신앙을 고백하였기 때문입니다. 님들을 잊고 싶지 않습니다. 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질 찬란한 승리의 그 날,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사람과 세상을 완전히 품어 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말입니다.

 

이제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가 몸소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이 땅의 민중들이 해맑은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갈기갈기 찢겨진 우리 민족의 쓰라린 상처가 아물도록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보잘것없는 우리이지만 우리의 작은 마음들이 하나로 모아질 때 자유와 해방의 역사는 우리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함께 갑시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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