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흘동안 고개숙인 아브라함의 무거운 어깨...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춘하추동 | |||
작성자박후임 | 작성일2001-07-05 | 조회수1,882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사흘동안 고개 숙인 아브라함의 어깨......
말씀; 창세기22,1-19 묵상;
음......흠흠... 오늘 아침은, 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그저 예....하며 답하곤, 묵묵히 준비하곤, 모리아로 떠나는 아브라함을 만났봤슴다.
어떻게 아들을 바치라는 말씀에, 한 마디의 대꾸도 없이 "예...."할 수가 있는지. 제 가슴이, 오히려 아픔으로 꽉 차서 먹먹해졌지요. 몹시 답답했슴다.
저 같으면, 득달같이 "왜요? 하나님 꼭 이삭이어야 하나요? 하나님이 이삭이 필요하신가요? 이렇게 달라실꺼면 왜 주셨어요...." 하며 원망어린 질문을 쏟아부었을 겁니다. 예.... 하지만, 아브라함은 아무말이 없네요.
아브라함을 만나고 싶었어요. 저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아브라함을 만나러, 모리아로 향하는 길로 가 보았슴다.
아브라함은 절 쳐다도보지 않았지요. 그의 머리는 오로지 땅으로만 향해있었슴다. 그렇게 사흘길을 아무 말없이..... 사흘이 지난 뒤에야 비로서 고개를 들어 멀리 그곳을 바라볼 수 있었슴다.
궁금해서요...몹시 궁금해하는 저를 보곤 그냥 암말도 않하고, 잔잔히 웃기만 하네요. 아픈 웃음입니다. 그의 눈에 어린 눈물자욱을 보았지요. 그 아픔 끝의 웃음 앞에서, 전 한 마디도 못 물어봤슴다. 물어볼 수가 없었슴다. 그냥, 가만히. 그저 가만히 있었슴다.
아브라함이 묻네요. 오히려 나더러. 이럴 때 후임이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구.... 저도 암 말 못했슴다. 왜냐믄, 저도 아브라함과 똑같을 것 같았슴다. 저도 알거든요. 예... 머리로는 다 압니다. ... 그래서 사흘길이 필요했겠지요. 머리로 아는 것이 가슴으로 내려오기 까지... 하늘을 바라볼 수 없을 겁니다. 땅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겠지요. 저라도 아브라함과 같았을 겁니다. 아니, 어쩜 저는 대성통곡을 하면서 갔을지도 모르겠슴다.
제 안에서는 이렇게 아브라함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슴다.
" 하나님, 전 못합니다. 저로서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하실테니, 하나님이 하세요. 맨 처음부터 제게 허락하시고 주신 것은 하나님이셨으니까요, 이제 다시 데려가신다 한들 그것은 원래 제 영역이 아니었슴다. 그동안의 사랑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귀로 들리지 않아도 함께 있어 느끼지 못해도 그간의 나눈 사랑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영혼의 사랑을 하라시는 거지요? 영원한 사랑을..... 하지만, 하나님. 아픈 건 아픈 겁니다. 그리고, 저로서는 도무지 할 수 없습니다. 저의 믿음으로는..... 저로서는. 하나님의 뜻이 내게서 이루어지도록 나를 도와 주세요.... 제발 나를 도와주세요."
아마 이런 고백이 나올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던 아브라함을 충분히 이해함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없었을겁니다. 하늘엔 온통 이삭으로 가득할테니까요. 이삭에 대한 사랑으로. 그래서 땅만 바라봤을 겁니다. 사흘이 필요했을 겁니다.
사흘동안, 땅만 바라보며, 이삭을 내려놓은 아브라함의 사랑에, 사랑으로 있음에 경의를 표합니다.
***** 가슴이 많이 아파왔슴다. 하지만, 내게 말씀을 통해 저를 만나게 하시니, 은총이었지요. 하나님은 누구보다도, 아니 저 보다도 더 저를 많이 알고계신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슴다. 좋으신 분. 사랑이신 분. ... 고요한 아침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