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춘하추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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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임종범 | 작성일2001-07-05 | 조회수1,549 | 추천수4 | 반대(0) |
`春 夏 秋 冬’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적인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다.
발가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다. 하루 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앞이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쯤
나가는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외부의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그리고 감촉에만 관심을
쏟느라고 저 아래 바닥에서 울려오는 진정한 자기 소리는 듣지 못하고 있다.
찻간이나 집 안에서 별로 듣지도 않으면서 라디오를 켜놓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이 바깥 소리에 깊이 중독되어 버린 탓이다. 우리는 지금 꽉 들어찬
속에서 쫓기면서 살고 있다.
여백이나 여유는 조금도 없다.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고 일에 쫓기면서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다. 쫓기기만 하면서 살다 보니 이제는 쫓기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 조차 마음을 놓지 못한채 무엇엔가 다시 쫓길 것을 찾는다.
오늘 우리들에게는 허(虛)가 아쉽다. 빈구석이 그립다는 말이다. 일, 물건,
집, 할 것없이 너무 가득차 있는데서만 살고 있기 때문에 좀 덜 찬데가, 좀
모자란듯한 그런 구석이 그립고 아쉽다.
-법정-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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