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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눈물겨운 일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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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07-26 조회수2,136 추천수19 반대(0) 신고

언젠가 교육부에서는 "고마우신 선생님 체험수기"를 공모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응모작들을 검토해나가던 심사위원들의 눈길은 일제히 "나의 설리반 선생님"이란 제목으로 수기를 응모했던 한 소녀의 작품 위로 쏠렸습니다.

 

소녀는 선천성 뇌성 마비 1급 지체장애로 등록된 장애인이었고, 소녀를 일으켜 세운 한 특수학급 선생님이 바로 소녀가 응모했던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장애아들만을 담당했던 선생님은 일반 학급 담임을 맡은 교사와는 달리 거동이 불편해 등교조차 못하는 아이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곤 했습니다.

 

둘 사이의 운명적인 만남은 지난 97년 3월 4일 이었습니다. 소녀의 집을 처음 찾아간 선생님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팔다리가 비틀어져 옴짝달싹 못하고 대소변도 어머니가 받아줘야만 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선생님의 가슴은 미어졌습니다.

 

더욱 선생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소녀가 자신의 처지에 비관한 나머지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종일 누워서 하는 일이라곤 고작 어머니가 빌려다주는 비디오 테이프를 본다든지, 하릴없이 천장을 바라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일이었습니다.

 

소녀는 선생님을 시큰둥한 눈길로 쳐다보며 "몇 번 찾아오다 제풀에 지쳐 그만 두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선생님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소녀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끊임없이 찾아와 소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소녀에게 "넌 헬렌켈러보다 백 배 낫다." "세상을 넓게 좋게 밝게 생각하라."고 늘 타일렀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소녀가 움직이도록 끊임없이 재촉하기 시작했습니다. "너 언제까지 이렇게 살거야? 평생 엄마 아빠한테 의지하면서 살래?" 하고 다그치면서 소녀를 억지로 일으켜 책상 앞에 앉혔습니다.

 

손발지압기와 각종 특수운동기구를 계속해서 사다주면서 소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역경을 딛고 승리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 비디오 테이프를 수백 개나 빌려와 소녀와 함께 보면서, 소녀가 일어서도록 독려하였습니다.

 

"용기를 내! 너는 일어설 수 있어!"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을 시키는 선생님이 원망스러웠지만 소녀는 용기를 냈습니다.

 

처음에는 엎드려서 책상을 잡고 주변을 한바퀴 도는 훈련부터 시작했는데, 이 작은 한 바퀴를 도는 데 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기를 2년여 마침내 불가능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 홀로 설 수 있었던 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 10분 정도 서서 열 걸음 정도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녀의 용기와 노력, 선생님의 격려와 도움 끝에 두 사람은 기적을 일구어냈습니다.

 

특수교육 전문가들도 소녀의 사례를 "의학적 희귀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좋은 땅에 씨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말씀을 듣고 잘 깨닫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은 백배 혹은 육십 배 혹은 삼십 배의 열매를 맺는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이해하는 사람 안에서는 그 말씀이 살아 움직입니다. 그래서 그 말씀은 그 사람을 행동케 하고 그 사람을 열매맺는 삶에로 인도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잘 경청한다면 제가 위에 소개해드린 소녀처럼 비록 오늘 하루의 삶이 비참하더라고 주님을 향해 부단히 일어서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소녀를 일으켜 세우신 선생님처럼 이웃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모습이 부족하고 때로 주님 앞에, 사람들 앞에 부끄럽다하더라도, 주님의 자비와 은총을 굳게 믿으며 "주님 도와주십시오!", "당신께서 함께 하시면 제 인생에 더 이상의 좌절은 없습니다!"하고 외칠 수 있는 용기와 겸손함을 구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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