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고결하고 향기로운 죽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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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08-04 | 조회수2,570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누지 않고 베풀지 않는 부자를 향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계십니다.
사실 재물이라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것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은 우리 삶을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하고 비참하게 만듭니다. 신문의 사회면을 통해서 우리는 가난 때문에 벌어지는 끔찍한 기사들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능력과 달란트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정직하고 깨끗하게 부를 축척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요즘 시대가 시대인 만큼 재산이 좀 있어야 봉사활동도 할 수 있고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재물에 대한 과도한 욕심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전 생애를 오직 재산 축척에만 몰두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전노처럼 돈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재물을 하느님의 위치에 올려놓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또 다른 형태의 우상숭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물은 때로 마약과도 같아서 우리 인간의 오관 기능을 마비시키고 판단 능력을 파괴시킵니다. 그래서 결국 재물은 우리를 거룩함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세속을 가장 잘 대표하는 재물이 우리 영혼에 끼치는 이런 악영향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재물을 지혜롭게 잘 사용할 것을 강하게 요청하고 계십니다.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사실 얼마만큼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의 생애는 덧없이 시들고, 우리는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때 우리가 모아두었던 재산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쌓아온 재물이 아니라 우리가 이웃과 세상, 하느님 나라를 위해 기울여왔던 노력이 될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소리없는 나눔 그것은 하느님께서 가장 기쁘게 받으실 봉헌이 될 것입니다.
매일 우리가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우리의 재물에 죽고, 목숨처럼 중요시 여기는 자존심에 죽고, 나만의 영역에 죽고, 내 울타리에 죽을 때, 우리의 마지막 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잘 왔노라"하시며 우리를 환영하실 것입니다.
누구나가 다 고상한 죽음, 남보기에 민망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합니다. 더 나아가서 고귀한 죽음, 향기로운 죽음, 이웃들의 뇌리에 강한 긍정적인 각인을 하는 죽음을 맞이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그런 죽음은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거저 주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매일 부단히 죽는 사람들, 매일 자아포기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사람들, 부단히 자기 혁신을 위한 아픔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주일 아침 주님 생각
1. 고결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비결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늘 오늘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 바로 그것입니다.
2. 마지막을 위한 기도
당신께서 부르실 때는 쓰던 시 마저 허락하지 마소서 머뭇거리지 마소서 애처로워도 마소서 단번에 알아듣게 큰 소리로 부르소서
당신께서 부르실 때면 들었던 찻잔도 내려두고 가던 길 되돌아서서 단숨에 따라가게 하소서
하지만 남은 이들을 위로하며 시편 51장을 읽을 시간을 허락하소서
그리 하소서 제 영혼이 눈처럼 희게 되라 허락하소서
-이정옥, <아름다운 포구에 닻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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