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난한 이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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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08-12 | 조회수1,870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며칠전 한 자선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병원 문을 들어설 때부터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 원장님과 직원들의 몸에 밴 친절과 겸손, 자상한 배려는 한결같았습니다.
작고 소박한 병원 건물이었기에 가장 가난하고 미소한 이웃들이 마치 제 집 드나들듯이 출입하는 모습에 더욱 마음이 훈훈해 졌습니다.
또 한가지 제 눈길을 끈 것이 그 병원은 갈 곳 없이 떠도는 환자들을 위한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세탁, 목욕, 무료급식 등이 함께 이루어지는, 이른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저를 기쁘게 한 일 한가지가 그곳은 한마디로 "나눔의 교차로"였습니다. 원장님 설명에 따르면, 생필품이나 의류, 식료품 등을 기증하겠다는 전화가 오면, 일단 사양하지 않고 모든 물품들을 접수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늦도록 분류작업을 하고 잉여 분량에 대해서는 즉시 보다 가난한 시설이나 단체와 나눠 쓴다고 합니다.
병치레하는 저희 아이들을 자주 그 병원에 보내곤 했었기에 헤어지면서 제가 원장님께 인사차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일손이 많이 부족하실텐데, 저희 아이들 너무 많이 보내서 죄송합니다."
그 때 하신 원장님의 말씀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말씀 절대 하지 마십시오. 저희 병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아이들 때문입니다. 그 아이들 저희 병원에 안오게 되면 저희 병원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망합니다. 조금도 걱정 마시고 많이 보내주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준비하라는 말은 제가 위에 소개해드린 분들처럼 세상과 이웃을 향해 개방되고 열려있는 삶을 살라는 말과도 일치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 고통 때문에 눈물을 그칠 수가 없는 이웃들의 요청에 늘 귀기울일 줄 알고, 또 필요하다면 기꺼이 투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삶, 그것이 준비하는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준비된 삶은 종말론적인 삶입니다. 그 삶은 매일 매순간을 마치 마지막으로 여기고 사는 생활입니다.
오늘이 마지막이기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처럼 소중한 생활입니다. 오늘이 마지막이기에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눈물겹도록 정겹게 다가오는 생활입니다. 오늘이 마지막이기에 내게 주어지는 모든 일들 하나하나를 중요시 여기는 생활입니다.
준비된 삶이란 매일 조심조심 살아가는 생활입니다. 마치 갓 수행을 시작한 행자승처럼, 갓 수도생활을 시작한 수도회 지원자처럼 모든 행동거지 하나 하나를 조심스럽게 행하는 생활입니다.
주일 아침 성당으로 오르는 언덕길에서
1.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2. 인간이 늙는다는 것,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구원입니다. 만일 인간이 영원히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언제까지나 화려한 젊음 그대로 있다면 저 산 같고 바다 같고 하늘같은 사랑과 미움과 원한과 욕망과 죄악을 다 어찌하겠습니까?
3. 우리는 우리를 좌절케하는 바람을 사랑해야 합니다. 실패는 또 다른 성취를 위한 시작이며,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4. 인간은 누구에게나 그 얼굴과 능력에 어울리는 모습이 있습니다. 본분을 잊고 어울리지 않는 허상을 추구하게 될 때,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추한 모습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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