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공양이 끝났거든 바리때를 씻거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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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08-30 | 조회수2,119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열반하신 지 이미 오래 되셨지만(1993년 11월 4일 입적) 아직도 한국 불교 신도들의 정신적 지주로 살아 계시는 분, 성철 스님.
간단명료하지만 길고 긴 여운을 남기곤 했던 그분의 어록들을 접할 때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그분께 대한 흠모의 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성철 스님 맞은 편에 앉아 공양(불가에서 말하는 식사)을 끝낸 한 사람이 스님께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묵묵부답 끝에 스님께서 하신 말씀. "공양이 끝났는가?" "예 큰스님!" "그럼 바리때(혹은 발우: 불가에서 말하는 밥그릇. 흔히 탁발을 다니는 수행자의 밥그릇을 지칭함)를 씻거라."
큰스님의 이 간결한 말씀을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말씀이 매일 매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씀으로 여겨집니다.
지난 우리 삶의 역사도 중요하고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 역시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더욱 중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려는 노력,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한 충실과 배려,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업무에 대한 성실함 그것이 우리의 구원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고 우리에게 권고하십니다. 깨어있다는 말은 무엇보다도 현실에 충실함을 의미합니다. 깨어있다는 말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상황에 민감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깨어있다는 말은 우리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모든 우리들의 과거는 이제 하느님께서 거두어 가셨습니다. 모든 미래는 하느님의 자비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하느님과 이웃에게 충실하려는 노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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