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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키 1 미터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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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01 조회수1,678 추천수14 반대(0) 신고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늘 제 기억 속에 남아계시는 교장선생님 한 분이 계십니다.

 

어느 학기말 시험 때의 일이었습니다. 쪽집게로 소문난 선생님 한 분이 저희 반 시험 감독으로 들어오셨는데, 그 날도 두 친구의 시험지를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두 친구를 교탁 위에 올라서게 한 다음 "컨닝하는 사람 한 명씩만 잡아내! 그럼 살려준다"고 했습니다.

 

마침 그 순간 우리의 그 교장 선생님이 지나가시다가 이 광경을 보셨습니다. 언제나 교사들에게 "매보다는 사랑, 처벌보다는 용서!"를 부르짖으셨던 교장선생님이 이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실 수가 없었습니다.

 

시험 감독 선생님을 밖으로 불러내시고는 "한번만 용서해주라"고 조용히 협박하셨습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두 친구의 등뒤로 다가가 아무 말씀 않으시고, 그저 두 친구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그 인자하시던 교장 선생님의 얼굴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그분은 제 마음 안에 영원한 스승으로 남아 계십니다. 청소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비를 드시고 청소하시던 모습, 집무시간 외의 시간이면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화단을 가꾸시던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겸손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생애 전체를 통해 겸손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키가 100m이신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찾아오시기 위해 당신의 키를 1m로 낮추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세상 만사를 주재하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겸손이 무엇인지 보여주시기 위해 한 작은 아기로 이 세상에 태어나셨는가 하면 결국 인간의 손에 죽으십니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행위 하나 하나는 겸손의 극치였습니다.

 

겸손은 결코 생각이나 말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의 생활 안에서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과 모범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겸손인 듯 합니다. 우리가 밑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그 가장 낮은 곳에 자리잡고 계시는 겸손의 극치이신 그리스도의 얼굴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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