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가 뭘 안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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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09-06 | 조회수1,847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낚시꾼들이 가끔씩 겪는 일 중에 하나가 "완전히 허탕치는"일입니다. 특히 밤낚시 가서 그런 경우를 많이 겪곤 하는데, 동이 터 오는 새벽녘까지 피라미 새끼 한 마리도 못 잡을 경우 "꾼"들이 겪는 상심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때로 물때가 잘 안 맞다든지 몇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고기들이 입질조차 하지 않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 어떤 "꾼"들은 사모님의 바가지가 두려워 수산시장에 들러 몇 마리 사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시몬도 이런 체험을 합니다. 시몬은 오랜 동안 오랫동안 갈릴레아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해온 전문직 어부였습니다. 이런 시몬이었지만 그 날 물때가 좋지 않아 밤새도록 한 마리도 못 잡은 나머지 기진맥진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예수님께서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고기잡이와는 거리가 먼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저기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쳐라." 고기잡이라면 프로였던 베드로는 속으로 예수님을 비웃었을 것입니다. "지가 뭘 안다고...내가 이 바닥에서만 벌써 수십 년 째 고기를 잡아왔는데...오늘 같은 날은 어부 할아버지라도 고기를 못 잡는 날인데...그리고 깊은데다 그물을 치라니...어이가 없군."
그러나 베드로는 어이없음을 꾹 참으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기는 치겠습니다."하고 대답합니다.
때로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중요시 여기고 또 거기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 우리의 능력, 지식, 경험들에 여지없이 무너뜨리십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늘 비우고, 늘 떠나며, 보다 단순하게 살 것"을 요청하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우리에게 너무나 새로운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란 새로움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보다 우리 자신을 자주 비우고 쇄신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간 간직해왔던 고착된 사고방식이나 틀을 깨트리면 깨트릴수록 주님께서는 보다 뚜렷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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