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상이 잔치로 다가오는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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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1-09-07 | 조회수1,577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 22주간 금요일 말씀(골로 1, 15-20; 루가 5, 33-39)
하늘이 청명하고 높아졌다. 들판의 곡식들과 가로수들이 어느새 가을 속으로 데리고간다. 할미꽃이 무리지어 있던 뒷동산엔 이제 제비꽃같이 생긴 작은 꽃들이 피어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려니까 풀섶에서 방아깨비들이 폴짝 폴짝 마중 나온다. 그러고 보니 풀 속에는 개미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온갖 이름도 모를 벌레들이 꾸물거리고 있어 함부로 밟기 겁날 만큼 생명의 산실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생명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던 작년, 아파트 난간의 구석 먼지에 핀 한 포기의 풀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감동이 되살아난다. 그때는 민들레 꽃 하나에도, 얼음 밑을 흐르는 물소리에도, 흐르는 구름 한 송이에도, 그것과 내가 그 순간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왈칵 왈칵 눈물이 나왔었다. 건강할 때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그 생명의 잔치에 나를 초대하신 분에 대한 감사와 찬미가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을 벅차게 했던 것이다.
’신랑과 함께 있는 잔치!’ 주님과 함께 하는 세상, 그것이 잔치 자리임을 그 때만큼 실감한 적이 있었던가? 만물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주님 안에서 그분과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새로운 눈이 열려 세상 만물들을 조화로운 창조의 세계의 동반자로 느낄 수 있다면..... 내 곁의 동료들을 서로의 거들짝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세상은 ’참 좋다!’ 는 최초의 감탄사로 둘러싸인 잔치 자리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헌 가죽부대인지... 주님께서 만들어 주신 아까운 새 포도주를 자주자주 흘려버리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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