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임쓰신 가시관(37) | |||
---|---|---|---|---|
이전글 | 절묘한 비유(9/7) | |||
다음글 | 할아버지 신부님의 말씀(9/8) | |||
작성자박미라 | 작성일2001-09-07 | 조회수1,785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제9처의서의 나**
1982년 1월 15일에 예수 그리스도님의 부끄럽지 않은 정배로 살겠다고 허원을 하고 2월 말에는 다른 곳으로 소임을 받아가서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을 다짐하며 새 노트의 첫 장에 "하늘에 계신 너희 성부 완전하심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는 말씀과 "날마다 죽으면서 살아간다." 는 말씀과 함께 ’주님! 모든 일에 있어서 당신 사랑 안에서 당신 영광만을 위해 하게 하소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아이들도 나도... 허원과 함께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생활을 당신 뜻에만 맞아지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하리라. 나의 개인 뜻, 체면, 위신 등. "나"의 모든 것에서 죽게 하소서.’ 라고 말씀드리며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를 시작하였습니다..........
3월 24일! 죽어 가는 많은 이들을 살리시려고 가시관을 쓰시고 십자가에 달려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배로써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가시관을 쓰신 천상 정배이신 예수님! 당신 닮아 가시관을 쓰기 원하였사온데 아직 받을 준비가 덜 되었습니까?............. 가시관을 쓰신 천상 정배님! 제가 가시관을 두려움없이 받아쓰게 하소서. 체면도, 명예도, 모든 인간적인 것일랑 다 벗어 던지고 오로지 당신 가시관만을 사랑하게 하소서..........’ 라고 말씀드렸는데, 말씀드리기가 무섭게 그 이후로 4월 19일까지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밑바닥부터 꼭대기에 이르도록,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전반에 걸쳐 모든 것이 다 못마땅하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뿐만 아니라 온 몸 전체를 다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며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려워 이리 저리 다니며 떠벌이기도 하며 아주 보기좋게 온 몸을 땅에 패대기치듯 넘어져버렸습니다........ 성소를 버리겠다고 굳게 결심까지 하고 수원에 살던 언니에게 와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여 그 언니는 바쁜 중에 왕복 기차표까지 준비해 두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서 머리가 터질 것같은 대혼란들이 거짓말같이 하루 아침에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그런 대 혼란 중에서도 할머니와 부모님의 선종을 위한 54일 9일 기도를 바치고 있었는데, 그 날! 바로 그 날! 4월 19일에 할머니께서 선종을 하셨고, 그와 동시에 27일 동안 머리를 내리 누르고 그토록 아프게 찌르던 가시관의 고통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토록 혼란스러웠던 성소에 대한 갈등이 말끔히 없어졌으니 그 집을 나가야 할 이유가 없기에 다시 언니에게 오지 말라고 이야기 하기 위하여 연락을 하였더니 할머니께서 너무나도 준비를 잘하고 돌아가셨고, 주교님 집전하에 장례도 잘 치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5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머니에게 엄청난 시집살이를 시킨 할머니! 마지막 10년을 벽이나 이불이나 밥먹는 그릇이나를 가리지 않고 똥칠을 하며 온갖 욕설을 다 퍼붓던 할머니! 그 할머니가 마지막 가시는 길은 너무나도 좋았다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그것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시잡살이를 잘도 참고 해 오신 어머니의 공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기에 저도 쬐끔..... 아주 쬐끔, 기도로.... 가시관의 고통으로 한 귀퉁이의 몫을 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제가 겪고 있는 십자가의 고통이 아이를 아홉씩이나 낳아 기르고 53년 동안을 말로써 다 할 수 없는 엄청난 시집살이를 잘도 견디어 내신 어머니에게 비길 수 있겠습니까?.....
이제 더 이상의 성소에 대한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세 번씩이나 넘어진 것은 남 앞에서 낮추기 싫어하는 ’저 자신의 체면에 대한 애착심’ 때문이었지요. 자기 스스로 자기가 무엇이라도 되는 양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도록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그래도 모자라 또 넘어진 것입니다. 자신은 너무나 못나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