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구 최고의 전사로 만들어주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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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1-09-09 | 조회수1,694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연중 제 23주일 말씀(지혜 9,13-18; 필레 10,12-17; 루가 14,25-33)
학년 초 담임 선생님이 재미있고 멋있는 분이라고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던 아들의 말이 생각난다. 첫 말씀이 ’이제부터 너희들을 지구 최고의 전사로 만들어주겠다’ 하시며 선생님의 말만 믿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잘 쫓아오면 된다고 하셨단다. 무술과 운동으로 연마된 강인한 체력으로 무서우시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품과 유머로, 반 별 선생님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선배들이 환호성을 올릴 만큼 학교에서 인기 최고인 선생님이란다. 마치 독수리 오형제라도 된 듯 신바람 났던 녀석이 지구 최고의 전사가 되는 일이 만화나 헐리웃 영화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요즘이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건성 건성 따라오고 있던 군중을 향하여 물으신다. "’하느님 나라의 최고 전사들’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 따라야할 군령이 있다. 모든 것을 버리되 가장 끊어내기 힘든 인간적인 관계, 그중에서도 부모, 처자, 형제자매와 같은 근원적인 인간의 정마저도 단호하게 끊어 낼 수 있는 결심이 서 있어야 한다. 그것으로도 다가 아니다. 자기 자신마저도 버릴 수 있는 결심이 섰느냐?"
삼국지의 제갈량이 군령을 어긴 마속을 베며 엎드려 울었다는 고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아끼던 장수를 처형해야하는 사사로운 정보다 천하를 도모하려면 법을 엄하게 세워야 하기에 눈물로 택한 결단이다. 통일 삼국의 꿈을 가진 전사들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하느님 나라의 정예부대를 만드시려는 데야.......
사로프의 성 세라핌은 "어떤 사람들은 성인이 되고 주님 안에서 사는 데 비해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진보도 없이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단지 결심에 있다." 고 답변했다. 우리의 행동은 의지로써 결정되는데, 우리 안에는 두 가지 의지가 있다. 하나는 양심을 따르려는 의지이며 다른 하나는 전자와는 상반된 자기 주장, 본성의 욕구등을 따르려는 의지이다.(안토니 불륨 ’살아있는 기도’ p67) "가족을 미워한다. 버린다.", "자기 자신마저 미워한다, 버린다"는 것은 바로 후자의 의지를 따르지 않고 주님의 말씀을 실행하겠다는 양심의 의지를 따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서에서는 어려운 투옥생활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시중들겠다고 하는 노예를 만나 인간적으로 편안하게 기대고 싶은 유혹을 끊어내고 다시 되돌려보내는 바울로를 만난다. 당시의 법, 제도를 뛰어넘어 노예가 아닌 형제로서 그의 안녕을 필레몬에게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의지를 끊어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의지인 인간애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참된 제자의 모습인 것이다.
전쟁에 나가기 전에 먼저 전투의 승패를 가늠해보고 전열을 정비해서 나가듯이, 건축을 하기 전에 먼저 건축비를 꼼꼼이 계산해서 설계를 하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전사들, 그 제자직도 어쩌면 매 순간이 전투와 같은 힘들고 어려운 사명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마음을 굳게 먹고 따라오라는 말씀이시다.
미리 겁을 집어먹을만큼 가혹한 말씀을 하시는 이유는 예수님의 제자직이 세상 무엇보다 가치있고 소중한 사명이기에 그에 따른 어려움과 난관도 만만치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의 난관과 한번의 결단으로 끝이 나면 얼마나 좋으랴? 세례성사 때 모두 끊어내겠다고 결심을 한 우리들이다. 이제 중도 포기할 수도 없다. 다시 새롭게 결심을 하고 부지런히 쫓아갈 뿐이다. 누가 아는가? 진짜로 지구 최강의 전사가 될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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