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식의 옷을 벗었다..."(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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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미라 | 작성일2001-09-10 | 조회수1,986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제10처 옷 벗김 당하고 초와 쓸개를 맛보다.
옷 벗김 : 어린아이 - 목욕, 쉬시킬 때. - 부끄럽지 않다. 어른 - 크게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죄인 - 모욕주려고, 사람 취급 안할 때 - 부끄러움 당함.
초와 쓸개 : 굉장히 쓰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진통제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 힘없는 어린아이와 같이 도살장에 끌어가는 어미양같이 자신을 내맡기고 크나 큰 죄인처럼 취급당하시어 옷 벗김을 당하셨다. 앞으로 있을 고통을 남김없이 다 당하시기 위해 초와 쓸개의 맛만 보시고 거절하셨다. --- 고통을 피하지 않고 다 당하시려고..........
그들은 예수께 쓸개를 탄 포도주를 마시라고 주었으나 예수께서는 맛만 보시고 마시려 하지 않으셨다. ... 주사위를 던져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갖고..... 마태오 27, 34-35
’눈에 보이는 땅에 속한 육신’에게는 세상의 모진 풍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옷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육이 아니고 영이시고 빛자체이신 깨끗한 분이시기에 아버지께로 향해 나아가는데는 옷이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것이기에 완전히 벗어 버려야만 합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참행복에 이르는 이 길은 눈에 보이는 세상에 속한 길이 아니라 우리 안 깊숙히 자리잡고 계신 영이신 아버지께로 향하여 나아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며 우리가 벗어버려야 할 그 옷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에 더덕 더덕 붙어 있는 하느님과 맞지 않는 ’교만으로 인한 체면, 자존심, 땅에 속한 것에 대한 욕심’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닮아 맑고 깨끗하고 고귀하게 만들어진 우리의 영혼! 아무리해도 없어지지 않는 영원에 속한 우리의 영혼! 온갖 악으로 둘러 쌓여 있어도 끊임없이 영원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영혼!
길을 막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물어보십시오1 "죽고 싶으냐?" 고.............
영원히 살고 싶어하는..... 절대로 죽고싶지 않은 우리의 영혼을 둘러싸고 있는 짐승의 옷! 그 옷을 이제야 한꺼풀 벗어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체면을 깍고 또 깍고, 바닥에 온전히 내동당이치지 않은 사람은 결코 할 수 없는 이 일! 빛이신 그분을 닮은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내기 위한 첫번째 작업을 이제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옷벗김을 당하는 나 : 아! 이제야 나를 둘러싸고 있던 겉옷을 훌훌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형편없다고, 실패한 사람이라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놀려대더라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떨 수 있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어른이었을 때에 공포에 질려 피땀을 흘리며 떨었던 죽음의 고통도 이제는 무섭지 않습니다. 옷 벗김을 당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 가고 싶은 곳으로도 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죽어도 좋습니다. 그 일은 바로 내가 걸치고 있던 남은 속옷까지도 다 벗어버려 더 작고 작은 아이 어머니 뱃속에 생기는 그 순간처럼 작고 깨끗한 아이가 되어 본래의 아름다운 제 모습을 찾게 되는 일이니까요..............
[실생활] 1982년 3월부터 4월까지 계속 심한 폭풍 속에 휘말려 세 번째로 넘어졌는데, 첫 번재로 넘어질 때는 혼자서, 두 번재는 수도원의 일부분과 함께, 세 번째는 창설자(고해사제)와 그가 속한 전체와 함께 넘어지며 동네 방네 떠벌였기에 그냥 쉽게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크게 잘못했다는 것을 느끼고 윗사람에게 말씀드리려고 하는 그 때에 함께 동조했던 어떤 사람의 보고로 원장 수녀님이 저를 불러 노발대발하며 자기 생각 같아서는 ’당장 쫓아내고 싶다’고 하며 신부님께 소임을 바꿔 달라고 청하라고 하여 그렇게 하였는데, 화를 내실 줄 알았던 신부님은 너무나도 담담하게, 너무나도 부드럽게 용서를 해주셨습니다.(제5처에서처럼) 그분은 제가 그렇게 혼란 속에 빠졌던 것이 십자가의 길을 걷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아시는 분이었기에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간절히 창피를 당하기를 원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쉽게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였었는데, 드디어 생각지도 않은 때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옷벗김을 당할 수 있었습니다. 원장 수녀님의 수업시간이 바로 제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위해 옷벗김을 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온통 저의 이야기로 꽉차있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저를 걱정하여 제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만, 저는 그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듣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저를 힐난하는 말들이 어쩌면 그리도 아름답게 들릴 수 있는지.......그 말씀은 바로 저의 마지막 남은 겉껍질의 부분들을 하나하나 떼어내는 칼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어린아이와 같이 옷 벗김을 당하도록 그런 분을 제게 주심에 감사드렸습니다. 그분은 제가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체면으로 똘똘 뭉친 ’세상에 속한 나의 겉껍질’을 완전히 벗어버리는 일을 도와주신 "저의 은인"입니다. 십자가에서 내려 올 때까지 저를 도와주신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 저의 사랑하올 주님!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당신께로 나아가기 위해 저의 더러운 겉옷을 다 벗어버렸습니다. 언제나 제 곁에서 저를 지켜주시는 주님! 당신처럼 많은 사람 앞에서 옷벗김을 당하는 일이 이처럼 행복한 일인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어서 빨리 마지막 남은 솟옷마져도 벗어버리고 싶습니다. 제 옆에서 단 한순간도 눈을 떼시지 않는 주님! 당신과 함께 끝까지 나아가 당신의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게 될 것을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의 몸에 걸쳐있는 속옷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저는 아직 모릅니다. 당신께서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저를 온전히 당신께 살라바치는 번제물이 될 수 있도록 제 속 옷도 완전히 벗게 하여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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