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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행복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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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11 조회수2,184 추천수15 반대(0) 신고

지나온 제 발자취 안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뒤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십 수년 전 어느 겨울, 오랜 방황의 날들을 마무리짓고 함박눈을 맞으며 수도회에 입회하던 날의 기쁨, 어느 여름밤, 요란한 방울 소리와 함께 낚시대를 든 제가 끌려갈 정도로 힘이 세었던 붕어를 뜰채로 끌어올리던 순간의 감격, 많은 하객들의 축하와 기도 속에 종신서원하던 날의 성취감...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가는 지금 진정한 행복은 그런 감각적, 현실적인 것이 결코 아님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세상의 모든 행복은 마치 신기루와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실적인 행복은 보다 더 강도가 센 다른 행복을 추구하며, 결국 이런 행복의 끝에는 허탈함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정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육신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몰라 너무도 답답했던 오랜 투병 생활 가운데서도, 하느님 그분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그 고통의 순간이 지금 생각해보니 주님 안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교리는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뒤엎으시는 분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 말못할 고통 가운데 속울음 우는 이들은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머지 않아 반드시 주님께서 손수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행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음성입니다.

불향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가장 큰 표시입니다.

불행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책벌하시는 매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의 사랑을 확인하시기 위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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