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테러범도 사랑해야 합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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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1-09-13 | 조회수1,801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9월 13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말씀(골로 3,12-17; 루가 6,27-38)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해주어라.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해주어라." 뉴욕의 거대한 빌딩이 화염에 쌓여 무너져 내리고 그 안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과 충돌 직전까지 비행기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을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오늘 말씀을 읽고 있으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미국내 여론조사는 94% 이상의 사람들이 무력으로 응징을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에게 오늘 말씀은 분노의 불길만 부채질할 것같다. 곧 이은 미국의 반응에 전 세계의 주의가 집중되고, 아프가니스탄이나 중동의 국가들은 언제 있을지도 모를 날벼락에 맞서 대비책을 서두르는 모양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세계는 모두 긴밀하고 섬세하게 연결되어 지구 공동체의 운명은 너 나의 구별이 없어진지 오래이다. 지구 어느 한 구석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즉시 파동을 일으키며 세계의 곳곳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그 여파는 세계인 모두에게 직 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오늘의 사건을 보면서 주님이 말씀하시는 "원수를 사랑하고...잘해주고....기도해주고....축복해주어야" 할 이유가 더욱 확연해진다. 왜냐하면 인간의 무한정한 복수심의 결과는 끝없는 파장을 일으켜 인류를 자멸하게 만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잔인한 폭력은 그 끝을 헤아릴 길 없다는 것과, 이성과 양식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개인의 신념과 애국심이라는 명목 아래 집단적 폭력의 선봉에 설 수 있다는 것을 2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서 이미 배웠던 우리다.
사람의 이성과 판단력은 이미 기대고 믿을 바가 아니라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더 이상의 미움과 증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원수를 사랑해야만 하는’ 주님의 명령이 더 절실해진다.
언젠가 아프가니스탄의 산천과 가난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사진을 본 일이 있다. 이집트, 터어키를 순례할 때 만났던 때묻지 않고 친절한 대부분의 이슬람 교도들이 생각난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에 등장하는 운동화 한 켤레가 소원인 눈동자가 새까만 예쁜 아이들과 꼭 닮은.... 그들이 다시 영문도 모른 채 피흘리고 죽어갈 것이 걱정된다.
이쯤해서 증오의 사슬을 끊고 서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라는 시대의 징표는 아닐까?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원수는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고 가는 그릇된 신념들과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심이다. 거기에 덧붙여 인간 병기를 만들어내는 종교적 이데올로기들이 또한 슬플 뿐이다.
오늘의 주님의 명령! 최소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말씀이라고 비난하지는 말자. 이상적인 말씀이 아니라, 정말 주님의 명령대로 산다면 전쟁은 사라지고, 평화는 올 것이고, 행복한 지구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 보다 명확해졌다. 다만 내가, 우리들이 그렇게 사느냐 못사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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