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떠한 인생이든 절망은 없습니다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테러범도 사랑해야 합니까? |1| | |||
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09-13 | 조회수1,861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우리는 가끔씩 난데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삶의 십자가 앞에서 할말을 잊습니다. 때로 주체할 수 없는 큰 고통으로 눈물 흘리는 이웃 앞에서 그 어떤 위로도 먹혀들지 않음을 체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자가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우리 삶을 칡넝쿨처럼 내리누르는 데, 이런 십자가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는 언제나 제게 하나의 의문부호로 남습니다.
평생에 걸쳐 처절할 정도로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셨지만 끝까지 지고 가시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의 삶은 우리에게 십자가의 신비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다름 아닌 은총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분은 어린 시절 끔찍한 교통사고로 인해 손과 발을 모두 잃어버리고, 40여 년 간의 세월을 침대 위에서만 지낸 분입니다. 철저하게도 부서져버린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워 오랜 기간 절망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지만, 신앙안에서 잘 극복하고 그 불구의 몸으로도 이웃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분의 가장 큰 무기는 사지가 잘려 몸통만 고스란히 남은 자신의 몸이었습니다. 그분이 그런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기도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 그것은 다른 장애인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강론이요, 격려였습니다.
"십자가야말로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어떠한 인생이든 절망은 없습니다. 사지가 절단된 저이고 오직 침대 위에서만 지내온 저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저는 저의 이 몸을 동료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받는 이 고통을 통해서 세상에 봉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고통을 기꺼이 견디는 것, 그것이 제 존재이유이고 행복임을 믿습니다."
오늘 성십자가현양축일을 맞아 우리의 십자가가 힘겨울 때 그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십자가를 보내시는 하느님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기에 우리를 살리시고자 노심초사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 구원을 위해서 십자가를 보내시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보내시는 그 이면에는 항상 그분의 사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십자가로 인한 고통에만 집착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십자가 그 이면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의도,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여기 십자가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하느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자일수록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 그러므로 너는 열심히 노력하고 네 잘못을 뉘우쳐라. 들어라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고 있다"(묵시 3,19-20).
"여러분이 겪는 시련은 모두 인간이 감당해낼 수 있는 시련들입니다. 하느님은 신의가 있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힘에 겨운 시련을 겪게 하지는 않으십니다. 시련을 주시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1고린 10, 12-13).
"멸망할 사람들에게는 십자가가 한낱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하지만 구원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1고린 1, 18; 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