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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의 고통(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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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19 조회수2,105 추천수4 반대(0) 신고

제13처 십자가에서 내리어져 어머니 품에 안기다.

 

 죽은 자리를 떠남 : 무덤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이들에 의해 옮겨지는 것.

                   (시체 = 육친으로부터 받은 세상에 속한 나의 껍데기)  

 

 예수 그리스도님 : 십자가 위에서 온전히 죽으신 예수님께서는 남들이 하는대로 내맡기셨다. 애통해 하는 어머니와 제자들에게 한 마디도 할 수 없고, 괜찮다는 눈짓 한 번 해줄 수도 없으심. 다만 완전히 실패한 자로 여김받으며 그들이 하는대로 내맡기실 수밖에 없으셨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고요와 평화속에 머물러 계심.

 

 성모 마리아님 : 상처투성이로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아들 예수님의 성시를 받아 안고 통곡하심. 당신 자신이 그런 여김을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아들이 - 죄없는 하느님의 아들이 죄인 취급을 받으며 무수한 고통을 겪고 십자가 위에서 처절하게 죽어 모든 이들로부터 실패한 자, 죄인으로 취급받는 것이 크나 큰 고통이 되어 당신의 ’심장이 예리한 칼에 찔리는 듯한 고통’(루가 2, 35)을 겪으실 수밖에 없으심.(완전히 실망. 죽음의 고통을 함께 겪으심.)

 

 나 : "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나라로 향해 가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세속적인 나"를 온전히 죽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내게 십자가가 필요하지 않기에 거기서 내려와야만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후 거기서 내려와 어머니 품에 안겨 계셨듯이

"나"도 이제 나에게 육신 생명을 준 부모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내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위도, 명예도, 부귀 영화도 내게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세속적인 모든 것에서 죽은 시체와도 같은, 세속적으로 볼 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런 사람일 뿐입니다.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는...........  

 

 하늘나라와 세상은 반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것을 돌려 받으시는 것을 기뻐하시지만, 나의 부모는 자기 자신의 것을 돌려 받는 것을 기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준 것이 무엇입니까?

 이 세상에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이 다 주었다고 생각하기에

 자식들이 마치도 자기의 소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자기들의 뜻대로 자식들이 따라주기를 바라며,

 자기들의 뜻에 자식들을 두드려 맞추려 하기도 합니다.

 

 실지로

 자기 자식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 지....

 어떤 모습을 하고 이 세상에 나올 지......

 무슨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자라나는 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 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찌 자식을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은 참으로 공평하신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당신 것은 당신께서 가져가시고 부모의 것은 부모가 가져가도록 돌려주십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마태오 22, 21

 

 그런데 당연히 자기들의 것을 돌려받은 부모는 하느님께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억울하게도 생각하기에 큰 슬픔에 빠지게 되어

 세상에 내보일 것없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체가 된 자식을 보고 통곡하게 됩니다.

 

 자기 자식이 세상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내보일 것이 없는 시체와 다름없는 사람이 되어 돌아왔는데 이 세상 그 어떤 부모가 큰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다 끝난다면 얼마나 허망하고 억울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너무나도 자비로우신 분이시기에 당신 창조사업의 협조자의 사명을 맡기셨던 그들의 슬픔과 아픔과 그때까지의 모든 수고와 자식이 겪은 모든 수고 수난의 값까지를 그 부모에게도 하나도 남김없이 다 갚아주시는 분이십니다.

 

 제13처를 통해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죽음의 상징이며 죄의 멍에인 십자가를 벗어버리도록 하십니다. 또한 혈육에게서 나온 "세속적인 나의 시체"를 혈육에게 돌려보내므로 인간적으로 당했던 극심한 고통을 혈육들도 함께 나누어 받게 하시어 그들도 십자가의 고통에 동참시켜 후에 영광도 함께 나누어 받게 하려고 하십니다.

 

 

 1984년 12월 14일! 제가 십자가의 길로 들어가 죽을 때까지 저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두 분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이며, "저의 오라버니 사제 17주년 수품 기념일"에 시체가 된 저는 십자가에서 내리어져 어머니 품에 안겼습니다.  

 

 이제 모든 것에서 죽어 그 누가 어떻게 다루더라도 조금도 반항할 수 없는, 절대 반항하지 않는 시체인 제게 내려진 명령은 "집에 가서 쉬어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입원하였다가 퇴원하여 쉬는 소임을 받게 되었을 때(7월 초 - 온전히 순명할 수 없었을 때) "차라리 집에 가서 쉬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을 하였으나 거절당했었는데, 이제 세상 모든 애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고, 주어지는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여 어떤 처지, 어떤 명령에라도 기꺼이 순명할 수 있는 시체가 된 저에게 내린 지극히 당연한 명령이며, 그 명령을 따르는 일은 시체가 된 제가 받아야할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제게 세속적인 그 어떤 기대를 걸고 계셨던 제 어머니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기만 하였습니다. 가뜩이나 반포한지 얼마안되어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던 차에 딸이 전염병 환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 온다니..... 이 얼마나 기가막힌 일이었겠습니까?......

 

 어머니는 제가 집으로 돌아 온다는 소리를 듣고,

 제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정신없이 쓰러져 계셨습니다.........

 

 마치도 십자가에서 내리어져 당신 품에 안겨 있는

 예수 그리스도님의 시신을 끌어 안고 통곡하시는 성모 마리아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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