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1101에 부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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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제병영 | 작성일2001-09-22 | 조회수1,767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91101에 부쳐
온 세상을 머리에 이고 살아있음으로 충만했던 당신은 가야 할 곳에 마음을 두고 찢기워진 몸으로 하늘을 날아 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 당신이 아침에 흘린 빵 부스러기를 치우지도 못했는데 어딘가에서 꽃잎 떨어지듯 몸 흘리신 당신을 날더러 어이 하라 십니까. 다녀 온다 약속 하셨기에 어제처럼 그렇게 돌아 오실 당신이라서 문 밖에 서 있는 듯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온 몸으로 우는 사람들 또 사람들…….. 몸 흘려 가신 당신이 마지막 순간에 핏줄 터지는 소리로 "사랑한다" 하셨을 절규가 아이들, 부모 형제, 그리고 나를 산 채로 찢어도 나는 아직 용서를 배우지 못하겠습니다. 눈만 감으면 가슴에서 터지는 그 날의 광경이 폭죽이 되어 세상 어둠을 몰아내기를 눈물로 빌면서 죽기 보다 어려운 용서를 배우기 위해 촛불 하나 켜 놓고 당신을 보내야 하지만 차마 보내지 못하는 내게 억울함을 물어 주실 이 누구 없나요? 아직도 먼 길 가실 당신이여! 나는 아직 당신을 보내지 못했지만 서둘러 가셨으니 서둘러 내게 돌아 오십시오. 용서하고 보내야 오신다 하기에 나 홀로 입 맞추고 당신을 보내니 부디 내 사랑! 눈물의 입맞춤을 잊지 마십시오. 보내지 않았어도 가신 당신! 마지막 숨소리로 부르셨을 이름마다 별이 되어 하늘 마당에 걸렸으니 가시는 길 동무 삼아 가셨다가 언젠가 몸 받아 내게 오실 그 날에는 용서를 배운 내 가슴에 훈장처럼 달아 주십시오. 아! 그러나 사랑한다는 내 목소리 화살이 되어 먼 길 가시는 당신에게 날아갈 수만 있다면 내 기꺼이 용서할 수 있겠습니다. 누구라도 용서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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