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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돈 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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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26 조회수2,114 추천수21 반대(0) 신고

지난 9월 25일 오후 광주 무등산 자락에 자리잡은 광주동초등학교 충효분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교실을 개조한 풍물실에서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초췌한 모습의 교사는 "스승의 노래"가 울려 퍼지자 두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전교생이 36명밖에 되지 않는 "도시 속의 산골분교"인 이 학교에서는 이날 암 투병을 위해 교단을 떠나는 문관식 교사의 명예 퇴임식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문 교사는 이 학교에 몸담은 2년여 동안 자연의 품속에서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시심(詩心)을 일깨워 올해 5월 국내 최고 권위의 어린이글짓기대회에서 14명을 입상시키는 개가를 올렸고, 폐교가 되다시피 한 분교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가꾼 주인공입니다.

 

그가 99년 9월 충효분교에 부임했을 때 학교 건물 벽은 곳곳이 곰팡이가 피고 싸리나무 울타리는 키가 자랄 대로 자라 창문을 가릴 정도였습니다. 그는 휴일도 잊은 채 학교 일에 매달렸습니다. 학교 진입로를 닦고 페인트로 건물 곳곳을 단장했습니다. 방학 동안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나와 잡초로 우거진 동산을 야외 학습장으로 가꾸고 풍물교실까지 만들었습니다.

 

제자들과 학부모들이 마련한 이날 퇴임식 행사는 조촐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정성이 가득했습니다. 풍물실 바닥에는 학부모들이 정성껏 준비한 떡과 과일이 차려졌고, 학생들은 문 교사 옆에 둘러앉아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너무 너무 기뻐요. 하느님께 선생님 병이 낫도록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몰라요. 선생님 이제 우리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꼭 건강하세요." 6학년 문옥현양이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를 또박또박 읽자 문 교사는 "말썽꾸러기가 이젠 다 컸구나" 하면서 옥현양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꿈과 용기를 심어준 분입니다. 건강을 기원하며 감사의 뜻을 이 패에 담았습니다."

 

학생들의 편지 낭독에 이어 학부모 대표가 감사패를 건네자, 문 교사는 양복 호주머니에서 200만원이 든 봉투를 꺼냈습니다. "비록 저는 정든 교단을 떠나지만 우리 분교가 전국에서 으뜸가는 학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퇴직금을 쪼개 작은 정성을 보탭니다." 학부모들은 "병원비를 대기도 벅찰텐데 웬 돈이냐"며 한사코 사양했지만 문 교사의 고집을 꺾지 못했습니다.

 

문 교사는 지난 5월 간암으로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이란 판정을 받았으나 3개월여에 걸친 요양생활과 최근 한달 간 방사선 치료로 암세포가 더 이상 퍼지지 않아 한 가닥 희망을 갖게됐습니다.

 

"암과 싸우는 동안 분교 아이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e메일을 보내고 전국에 있는 제자들이 병 문안을 와 며칠씩 간호해주는 것을 보며 사제간의 정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자신의 앞날을 예감한 탓이었던지, 문교사는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쓴 교육수기에서 이렇게 적고있습니다.

 

"무리한 탓에 병을 얻었지만 후회는 없다. 학교를 아이들의 천국으로 가꾸고 싶었는데…. 난 간종양이 무엇인줄 잘 안다. 인생은 어차피 누구나 한정되어 있다. 풍물실, 체육실, 운동장, 연못의 우렁이, 뒷밭의 콩들, 그리고 피붙이 같은 아이들…. 모두가 나를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지난 여름 필요 없는 나무를 베어버린 그 자리에 느티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아이들 앞에 다시 서고 싶다…"(동아일보, 9월 26일자 참조).

 

오늘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사도이자 자비의 성인이신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한평생 자신의 삶을 봉헌하셨던 빈첸시오 신부님,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불사른 충효분교 문선생님 앞에 크나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눈만 뜨면 이웃사랑의 실천을 목청껏 부르짖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사랑을 말하고 노래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혀끝으로써가 아니라 끝없는 헌신과 인내와 용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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