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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쎄요?!(연중 25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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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28 조회수1,790 추천수15 반대(0) 신고

 

 

2001, 9, 28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루가 9,18-22

(베드로의 메시아 고백, 수난과 부활에 대한 첫 번째 예고)

 

 

예수께서 혼자 기도하고 계실 때 제자들이 그분과 함께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질문하여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합니까?" 하셨다.

 

그러자 그들은 대답하여 "요한 세례자라고도 하고 다른 이들은 엘리야라고도 하며 또 다른 이들은 옛날에 활약한 어느 예언자가 다시 살아났다고 합니다" 하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그러면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합니까?" 하시니 베드로가 대답하여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을 나무라시고 엄명하셨다.

 

이어서 말씀하셨으니, 곧 인자는 마땅히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제관들과 율사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만에 일으켜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묵상>

 

"지종아!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겠느냐?"

 

예수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힙니다.

 

"글쎄요?!"

 

머뭇거리다가 처음으로 내 입에서 튀어 나온 대답(사실 대답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입니다. 예수님과 항상 함께 있다고, 그래서 예수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있어 "글쎄요"라는 대답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실망의 틈바구니에서도, 나도 모르게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작은 목소리에 조금은 밝아집니다.

 

"주님! 솔직히 단 몇 마디의 말로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제게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나, 꼭 말로 표현해야 할 관계가 아니지 않습니까?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제가 당신과 함께 하려는 것 알지 않습니까? 제가 당신을 모른다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제게 아무것도 아니라면 제가 어찌 당신을 따를 수 있겠습니까?"

 

말로는 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 가슴으로 드리는 나의 솔직한 고백을 들으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예수님께서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시는듯 합니다. 당신이 누군신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부족하고 어리숙한 사제에게 "괜찮아! 난 네 마음을 다 안단다."라고 건네시는듯 합니다.

 

"지종아!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겠느냐?"

 

예수님께서 왜 이 물음을 던지셨을까요? 이 물음을 통해 과연 얻고자 하시는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나를 시험하시기 위하여, 나의 모자람을 깨닫게 하시기 위하여, 정말로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시기 때문에... 아닐겁니다.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닐겁니다.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당신과 함께 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물으시는 것입니다. 온갖 신학적 수사로 유창하게 예수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고 한들,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예수님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고 한들, 그것은 단지 이론일뿐 삶의 길과 진리와 생명이 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당신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 대한 나의 고백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입으로 외쳐지는 그리스도, 머리로 생각되어지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나의 삶 구석 구석에 스며들어 나를 송두리째 끌어안는 그런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단지 희망 사항이 아니라, 아무 꺼리낌 없이, 부끄럼 없이 고백하는 만큼 나는 '그 만큼의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기에,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금 예수님의 물음을 되새겨봅니다.

 

"지종아!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겠느냐?"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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