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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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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제병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1-10-07 조회수1,97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영혼의 소리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온 세상이 떠들썩한 요즘에 나는 내가 신앙인이라는 것에 거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스러지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는지 생각하기도 무서울 지경이고 그 와중에 보복을 입에 올리는 이들에게서 다스려 지지 않는 감정의 이탈을 보았다. 그리고 새삼 감정이란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하면서도 가장 사람답지 못하게 하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얼마나 감정에 휘둘리면서 살고 있는지 이 기회에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유 없는 감정은 없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기 보다는 우선 일어나는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밀한 세계로 들어가는 작업을 해야 하고 그 일이 어쩌면 고통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과 대면하여 영혼을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 고독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 감정의 흐름을 윤리적인 판단과 자신의 탓을 배제한 체 15분 정도 앉아 있으면서 자신과의 대면을 통해 감정의 흐름이 내 영혼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무엇이 꼬여 있는지를 객관적인 눈으로 처다 보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렇게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우리의 영혼은 투명해지고 맑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고 그 여유는 적어도 감정에 휘둘리기 보다는 신앙 안에서 다스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시간을 쪼개어 사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하루에 15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자신과의 만남을 시도해 보라는 권유가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자신이 바쁘다면 무엇을 위해 바쁜 것인지를……..결국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바쁘게 뛰어 다닌다는 말인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배고픈 영혼을 배부르게 해 줄 수 없다면 이루어 놓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영혼과 육신이 분리된 사람을 살아 있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감정을 다스릴 수는 있고 그 다스릴 힘은 감정의 근원을 보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

날마다 높아지는 하늘을 볼 여유도 없고 낙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끼지 못하고 사는 우리들에게 "보시니 좋더라"고 하신 그 분의 창조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당신이 시간으로 대가를 치르고 얻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며 그것이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많고 그런 것들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기에 귀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혹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세상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는 것에만 가치를 두고 있다는 말인데 우리에게 거저 주어진 것들은 실상 주님께서 목숨을 값으로 치르셨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가?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은 자신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더듬어 깨닫게 되는 은총인데 그 은총은 당신이 잠시 하는 일을 멈추고 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에 시작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그 말씀은 당신에게 꼭 필요한 생명수가 되어 줄 것이다.  당신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잠시 침묵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하루에 15분을 드리고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쪼갤 수 없다고 하겠는가?

세상을 경영하는 것에 스물 네 시간도 모자란다고 하면서 자신을 경영하는 일에는 15분도 낼 수 없는 당신이라면 한번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당신도 없는 세상을 경영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가.

설령 무엇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당신이 없는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오늘도 하느님은 당신 귀에 입을 대고 말씀하시려고 준비하고 계신다.

당신은 언제나 저 사무엘처럼 하느님께 말씀 드리려고 하는가.

"주님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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