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대로 기도하는가?(연중 27주 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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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10-10 | 조회수2,246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2001, 10, 10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루가 11,1-4 (주의 기도)
그분이 어떤 곳에서 기도하실 때에 있었던 일이다. (기도를) 마치자 그 제자들 가운데 어떤이가 그분을 향하여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하였다. 그러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기도할 때 (이렇게) 하시오.
아버지, 아버지의 거룩한 이름을 드러내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우리가 일용할 빵을 날마다 우리에게 주소서. 그리고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이를 모두 용서하오니 우리에게도 우리 죄들을 용서하소서. 그리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묵상>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 어머니 지금 이 시간에도 온 세상 곳곳에서 당신을 향한 주님의 기도가 울려퍼집니다. 감히 주님의 기도를 올린 자격이 없는 우리가 자신이 무엇을 기도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입으로 떠들어댑니다.
주님의 기도를 들으실 때마다 오히려 가슴 갈갈이 찢겨지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사랑, 희망, 평화, 화해, 일치, 평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려질 오직 하나인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가차없이 내동댕이치면서도 오히려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드러내시기를 기도하는...
오직 힘만이, 가진 자의 논리만이 정의인 냉혹한 현실을 즐기면서도 오히려 나눔과 섬김의 당신 나라가 오게 하시기를 기도하는...
가진 것도 모자라 없는 이에게서 더 빼앗고, 한없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미친듯이 날뛰면서 가장 가난한 사람인양, 가장 낮은 사람인양, 가장 겸손한 사람인양, 매일의 소박한 양식만을 청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피의 잔치에 광분하여 보복, 응징, 척결... 살벌한 말장난을 즐기면서 용서 없이 용서를 구하는...
생명의 길을 외면하고 죽음의 잔치를 벌여놓고 모두 이 잔치에 함께 하자고, 함께 하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죽음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기를 기도하는...
우리의 위선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 어머니 우리의 입에서 주님의 기도가 드려질 때마다 오히려 더욱 쓰린 가슴 쓸어내리실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 어머니
우리의 입에서, 우리의 마음에서, 우리의 삶에서, 참된 주님의 기도가 울려나도록 이끌어주소서. 주님의 기도를 제대로 바칠 수 없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는 생명의 기도, 죽음의 굿판을 때려치우고 생명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지혜와 믿음을 주소서.
* 요며칠 동안 참으로 착찹한 마음입니다. 감기 때문에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지만, 그보다 미국의 아프칸 공습이 저를 참으로 슬프게 합니다. 참 평화를 사랑하는 선의의 사람들의 뜻이 철저히 짓밟혀진 오늘의 현실이 슬프게 합니다. 무엇이 사랑인지, 무엇인 정의인지 깊이 성찰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의 경찰임을 자임하는 미국,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입장이 아니라, 온 인류의 입장에서 현 상황(지난 9월 11일,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었던 테러 이후, 역시 마찬가지로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었던 미국의 아프칸 공습에 이르기까지)을 제대로 보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지 신앙 안에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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