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죄와 은총은 나만의 것이 아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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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10-23 | 조회수1,944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형제 여러분, 한 사람이 죄를 지어 이 세상에 죄가 들어왔고 죄는 또한 죽음을 불러들인 것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죽음이 온 인류에게 미치게 되었습니다. 아담의 범죄의 경우에는 그 한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느님의 은총의 경우에는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덕분으로 많은 사람이 풍성한 은총을 거저 받았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은총의 힘이 얼마나 더 큽니까!>
우리는 죄를 지었을 때, 내가 죄중에 머물러 있을 때 그것이 나만의 것인양 생각하기 쉽다. 다른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죄중에 있으면 그 죄의 그림자와 어두움이 내 얼굴에 드리워지고 내 마음이 맑지 못하게 되어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두움을 전해주게 된다. 이는 마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간접 흡연을 시키는 것과 같다. 자, 그렇다면 나의 죄는 나의 죄만이 아니다. 이 죄는 알게 모르게 다른 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바로 아담의 범죄가 이런 식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본다. 그 한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은총 또한 나만의 것이 아닐진대 우리는 이 은총을 나의 것인양 생각지는 않는지...? 내가 받은 은총은 나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빛이 되라고 부여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 은총을 왜 얻으려 하는 것일까? 나의 일신상의 영달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은총이 필요하다고 깊이 느끼고 그 은총을 허락해 주십사 청하고 있는지? 이 은총은 희생과 고통을 감수인내하겠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은총을 거저 받을 수 있게 하셨듯이, 우리가 받게 되는 하느님의 은총 또한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풍성한 은총을 나누어 줄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예수님처럼 우리 또한 십자가를 기꺼이 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저께 전교주일을 지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상의 전교는 이런 면에서 아주 단순할지도 모른다. 즉, 우리가 죄의 어둠에 빠져 다른 이들마저도 어둠의 그림자로 드리우게 하지 않는것, 물론 죄를 짓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 죄를 빨리 뉘우치고 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전교를 위한 기본 준비가 되리라. 우리가 맑고 깨끗한 영혼이 된다면 그 자체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맑음과 기쁨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혹 내가 필요한 은총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쁨과 평화를 전해주기 위해서 청해야 할 것이다. 은총을 너무 쉽게 청하지 말고 그 은총에 부합하는 희생을 기꺼이 지겠다는 자세로 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죄와 은총은 나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죄란 우리를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에서 멀어지게 하는 모든 것이라 한다면 은총이란 우리를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에 더욱 머물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죄를 멀리하고 은총생활로 더욱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이 죄와 은총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성을 지니고 있는 것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죄 속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게 되고 그래야 희생을 전제로 하는 은총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힘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우리는 제2의 아담도 될 수 있고 제2의 그리스도도 될 수 있다.
그대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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