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또 다시 수능특수의 계절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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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0-24 | 조회수2,336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또 다시 수능시험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수험생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절이나 점집, 교회나 성당에서는 수능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수험생을 둔 한 어머니가 아들의 수능 고득점과 원하는 대학교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한 성당을 찾았고,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봉헌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시험 결과는 좋지가 않았고 원하는 대학에도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기도의 효과"가 없었으므로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성당 측에서는 나름대로의 규정에 의거해서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실랑이를 벌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지나친 기복 신앙은 때로 우리를 비참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신앙은 크신 하느님을 "우리들의 사소한 일상사까지 좌지우지하는 작은 하느님"으로 전락시키고 맙니다.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믿고, 또 우리의 부족함을 알기에 그분 앞에 엎디어 간곡히 올리는 청원기도, 참으로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그러나 인간측에서 먼저 최대한 노력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 또한 청원기도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으면서, 그리고 남들이 보면 웃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청원을 드리고 나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야속한 하느님"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일입니다. 그것은 신앙도 아니고, 하느님을 얕보는 행위입니다.
하느님은 크신 우주와 세상만사를 주관하시는 크신 하느님이지, 우리의 속보이고 이기적인 바램만을 끊임없이 들어주시는 작은 하느님이 결코 아닙니다.
또한 우리 그리스도교는 현세에 충실할 것을 가르치지만 이 현세에 모든 것을 걸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교는 현세에서의 무병장수, 현세에서의 안락함과 끊임없는 성공만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현세에서의 실패와 좌절, 고통과 죽음을 소중히 여깁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의 성공을 위한 기적과 치유만을 거듭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다른 수많은 수험생들은 어찌되든 상관않고 오직 내아들만 시험 잘 보게 하시는 하느님이 절대 아닙니다. 하느님은 다른 수많은 가족, 단체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으시고 우리 가족들과 우리 단체만을 보살피시는 하느님이 절대 아닙니다.
우리의 지난날을 돌아봅시다. 하느님의 은혜는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충만한 은총과 평화, 건강과 성공을 우리에게 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현세적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통과 좌절과 고난의 쓴잔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기에 마찬가지로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참된 그리스도교 신앙은 사이비 신앙과 질적으로 다릅니다. 깜짝 놀랄 치유활동이나 이상한 기적 등으로 흥미나 인기를 끈다든지 고통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일을 순식간에 해결해준다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또 다른 기적을 가르칩니다. 이 시대 그리스도교 안에서의 기적은 바로 이런 기적입니다.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절망 앞에서도 예수님 그분이 계시기에 절대 실망치 않고 고통스럽기에 더욱 기뻐하며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기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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