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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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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0-26 조회수1,957 추천수18 반대(0) 신고

"아직 안 봤으면 꼭 보라"는 한 형제의 적극적인 추천에 "8월의 크리스마스"를 빌려다 봤습니다(1998년 제작, 허진호 감독, 한석규, 심은하 주연). 참 느낌이 좋은 영화였습니다. 머리가 환해졌습니다. 다시 한번 "살짝 향기를 풍기며 스쳐 지나가는 절제된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불치병을 앓는 30대 중반의 사진사 정원이 주차단속원 다림을 만나면서 아쉽지만 소중했던 사랑에 대한 기억을 엮어 가는 영화입니다.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듯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가던 정원에게 어느 날 뜻밖의 만남이 찾아옵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차단속원으로 일하는 다림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단속차량을 찍은 필름을 맡기러 정원의 사진관을 찾습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기 시작할 무렵 정원은 병원으로 실려가고, 그 사실을 모르는 다림은 닫힌 사진관에 편지를 남겨놓습니다. 잠시 퇴원한 정원은 숨어서 다림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사진관으로 돌아와 스스로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시한부 목숨을 살아가는 정원에게는 작은 만남 하나 하나가 소중합니다. 일상의 작은 일들 하나 하나가 다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면 두고 떠나야할 아버지, 친구, 다림과의 인연이 못내 아쉬웠던 정원은 소리 죽여 눈물 흘립니다.

 

그러나 정원은 안타깝지만 이승의 삶을 하나 하나 정리해나갑니다. 혼자서 비디오도 제대로 못 트는 아버지에게 비디오 트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자동 사진 인화기의 작동 방법의 순서를 자세하게 적어놓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이 사랑하는 다림에게 아픈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조용히 물러납니다. 예의바른 사랑을 선택하고 그 사랑이 너무 슬퍼지지 않게 배려합니다.

 

이 영화는 죽어 가는 사람의 일상을 다룬 영화이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정원은 작은 몸짓 하나 하나 미세한 표정 하나 하나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정원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넉넉한 웃음을 지녔습니다. 그를 바라보는 우리들도 입가에 웃음을 짓게 되는 것은, 그를 통해서 잊었던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깨우치기 때문입니다. 정원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통해서 절제된 사랑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주님의 날에 벌어질 일들을 소개하시면서 우리에게 회개할 것을 촉구하고 계십니다.

 

"회개"란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우리는 너무 부담을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뭔가 큰 것 한 건을 해야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회개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또 회개는 우리 일상을 벗어나 멀리서 찾을 일도 아닐 것입니다.

 

회개는 바로 우리 일상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아쉽지만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조용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나간 정원의 일상에서 회개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진정한 회개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맺은 모든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 절제되고 승화된 사랑을 지속적으로 나누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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