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단풍-그 아름다움의 의미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8월의 크리스마스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1-10-29 조회수3,571 추천수25 반대(0) 신고

금년에는 복(?)이 많아

단풍놀이를 만끽할 기회를 얻는다.

지난주에는 모임이 있어

설악산과 오대산, 소금강 일대를 가볼 수 있었고,

지난 사흘간은 지리산 일대를 가보았다.

오늘은 또 우리 형제들의 지역모임이 있어

대둔산을 오르게 된다.

 

허허

하느님께서 금년에 유난히 단풍구경을 많이 시켜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꼭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듯이 느껴진다.

 

금년들어 특히

형제들 사이에서

이미 좋은 시절 다 지나버린

우리의 젊음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자주 있다.

어느새 40대 중반 또 50대를 맞이하면서

참으로 인생무상, 수도생활 무상을 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름대로

젊음을 바쳐

영적인 생활에 매진하겠다고

수도생활을 시작한지도

어언 20여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없이 중년이 되어버린 우리...

 

이제 다시는 20대 30대의 그 젊음의 열정과 싱그러움은 오지 않을텐데

이제는 조급하기까지 하다는 어느 형제의 말...

 

이 가을엔

이렇게 우리 지나버린 젊은 생을 바라노니

참으로 답답함도 심하구나!!!

 

이제는 그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누리진 못하리니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모두의 결론!!!

 

아마도 그 결론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

바로 단풍의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단풍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무엇보다도 <황혼>의 아름다움이다.

<스러저감>의 아름다움이고 <포기>의 아름다움이요

<희생>의 아름다움이다.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나는 아름다움이요

가정에서도 늘 어리게만 보았던

자식들에게 가장의 자리와 중심의 자리를 내어주는 아름다움이다.

아직도 내것이라 여기는 것에서의 손놓음,

이제는 뒷바라지에 충실하겠다는 결의가 이토록 아름다운 빛깔을 내는 것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조화>의 아름다움이다.

지리산의 단풍은 할 말을 잊게 하였다.

단풍이 표현하는 그 수천가지의 색깔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아름다움이었다.

내 주장, 내 생각에만 집착하고

나의 이상에만 집착하는 것은 추한 아름다움이다.

모든 사람의 주장과 생각 하나 하나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인정하는 것은

이 단풍의 아름다움을 체험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관점이리라.

 

그래 진정한 아름다움은 <조화>의 아름다움이야!

<획일성>의 아름다움은 그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하고 경직된 아름다움인가!

 

이 가을에

주님께서는 아마도 이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중년의 삶을 준비해 나가라 재촉하시나 보다.

이제 더이상 젊음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중년의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은 단풍의 아름다움이다.

어떻게 보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른 때의 단풍의 아름다움을 꽃피워야 할 때가

바로 지금, 중년기이다.

 

단풍놀이는 때를 잘 맞춰야 한다.

너무 일찍 서두르면 아직 제대로 물들지 않아서 실망하고

너무 늦게 가게 되면 벌써 말라 비틀어져 있다.

그렇다!

40대의 아름다움은

절정기 단풍의 아름다움이다.

그 짧은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쳐보고

낙엽이 되어 새로운 생명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바로 이것을 원하신다.

이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누릴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불과 10년 남짓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뿐이다.

이 시간을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수놓을 수 있을 때

나는 내 인생에서 후회와 회한이 없으리라.

 

아, 주님!

그 아름다움을 살게 하소서.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