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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춘섭 | 작성일2001-10-30 | 조회수2,607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하느님 나라를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루가 13, 18-21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 나라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두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주고 계십니다. 그 하나는 씨 중에서 가장 작은 씨인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를 이루어 새들이 깃들인다는 말씀과 또 하나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룩을 넣어 반죽을 부풀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 두 비유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어떤 것도 처음에는 역시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씀이며, 이와 같이 하느님 나라도 우리의 작은 행위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저는 신학교에 책을 볼 것이 있어서 학교를 가끔 씩 통학을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매일 아침 한 8시 40분 경 혜화동성당 바로 밑 벤취에 한 어머니와 아이를 매일 만날 수 있답니다. 아이는 장애아이로 특수학교에 다니는 모양입니다. 엄마는 매일 아침 아이를 등교시키려 그 시간에 차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제가 매일 지켜보지는 못하지만 어떤 날은 아이가 짜증을 내며 어머니와 옥신각신합니다. 어떤 날은 엄마와 아이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서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참 행복해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아이는 눈이 크고 참 깨끗한 영혼을 가진 해맑은 아이처럼 보였고, 엄마는 아이의 수발에도 불구하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오늘은 아이와 엄마가 행복해 보여 저도 참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리고 저는 이책 저책 끌쩍거리다 하교하여 수도원에 들어섰는데, 오늘은 왠 일인지 우리 목공과 기숙생들이 밖에 나와서 톱질 연습에다. 후끼로 가구에다 칠을 하고, 그리고 작업장안에서는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여 친구들에게 다가갔었답니다. 우리 친구들이 얼굴에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하도 기특해서 몇 친구에게 엄지 손가락을 내어 보이며 흐뭇한 미소로 싸인을 보냈더니 미소로 답을 보내더군요.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였답니다.
그리고 기분 좋게 들어갔는데 식당에 우리 할아버지 수사님이 인상을 쓰시며 자꾸 배가 아프시다 하시기에 오랜만에 재롱(?)도 피울 겸, 우리 할아버지의 차디찬 손을 주물러 드렸더니 수사님이 참 기뻐 하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지압봉까지 선물로 드렸더니 할아버지 인상이 환하게 펴지셨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그 작음으로부터 시작하는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면서 일상의 작은 삶 속에서 주어지는 의미들을 새기며 행복해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하느님을 읽을 수 있다면 그 곳이 하느님 나라가 아닐까 묵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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