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 시대의 성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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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춘섭 | 작성일2001-11-01 | 조회수2,308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모든 성인 대축일 마태 5,1-12a
기뻐하고 즐거워 하여라, 너희가 받을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저는 게을러서 빨래를 자주 하지 안을 뿐 더러, 오랜만에 빨래를 하더라도 밀렸던 빨래를 왕창 모아 한꺼번에 세탁을 하곤 합니다.
어제도 빨래를 모아 오랫 만에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직접 빨래판에 비누칠을 하여 세탁을 해야 마땅하나 너무 바쁜 나머지(?) 전자동세탁기에 모든 것을 의지하며 모든 세탁물을 구분하지 않고 왕창 집어넣고 하이타이 큰 스픈으로 한 가득 부어 털어 넣고는 세탁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문제는 게으름에 있습니다. 저에게는 빨래 감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스위치를 넣는 일도 대단한 일입니다. 문제는 세탁을 하고 빨래는 너는 일인데, 대부분 세탁기에 넣고는 이삼일 지나는 일이 저의 일상이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세탁기를 저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제들과 함께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세탁기 안에 세탁물이 싸여 있으면 으레 다된 세탁물을 세탁바구니에 넣어 놓고는 자신의 빨래감을 세탁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저는 으레 빨래 감을 세탁기에 넣어 놓고는 잊어버리고 한 이틀 후나 기억하고 빨래를 널러 세탁실로 가는데 이게 왠 일 입니까? 평소 같으면 빨래 감이 널려 있을 텐데, 오늘은 저의 빨래가 빨래 줄에 가지런히 널려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하면서, 앞으로 잘 해야지 하면서도 못내 마음은 참 흐믓 하였답니다.^^
어느 형제가 이렇게 마음이 아름답고 착할까?
저는 개인화장실이 있는 방을 사용하고 있답니다?(화장실 이야기를 해서 죄송) 근데 저는 저의 화장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공동 화장실을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청소하기 귀찮으니까요? 히히^^
근데 많은 경우 화장지는 뭉탱이로 변기통 위에 있거나 화장지 걸이 위에 그냥 널려 있는 것이 통상적인 일인데 오늘은 가지런히 화장지 걸이에 예쁘게 걸려져 있는 것입니다. 분명하고 자명한 것은 저는 그런 위대한 일을 할 위인이 아닌데, 누가 그런 위대한 일을 했을까? 분명 우리 형제 중에 그 일을 했을 것입니다.
어느 형제가 이렇게 아름답고 마음이 착할까?
아마도 성인(聖人)은 형제의 빨래를 관대히 널어 주는, 형제를 위해 화장지를 관대히 화장지 걸이에 꽂아 주는 그는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부르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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