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커튼 너머 펼쳐진 또 다른 세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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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1-05 | 조회수2,710 | 추천수27 | 반대(0) 신고 |
언젠가 한 목사님으로부터 아이를 좀 부탁한다는 의뢰가 들어와서 부천에 위치한 한 작은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어물어 찾아간 그 교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개척교회라고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 한복판, 상가 건물에 자리잡고 있는 교회는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목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예배당을 둘러보던 제 눈길은 한곳에 정지했습니다. 예배당 한 가운데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커튼을 중심으로 예배당은 두 장소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앉아있던 쪽은 방석이나 설교단이 있는 걸 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한 장소임이 틀림없었습니다. "반대편은 어떤 용도로 쓰일까?"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목사님께 물어보았습니다. 머뭇머뭇하시던 목사님이 커튼을 열자, 그쪽은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쪽에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집도 절도 없는 사람들, 고아,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같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IMF이후 사정이 딱해져서 갈곳이 없게 된 사람들을 교회로 계속 받아들여 함께 침식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좁은 공간 안에서 열악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 이렇게 붙들고 있지 말고, 좀더 살만한 시설로 보냈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곳에서 나름대로들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가시는 그분들의 모습은 참으로 보기 흐뭇하고 감동적인 정경이었습니다.
그곳을 떠나올 때 목사님께서 제가 던진 말씀은 제 가슴을 더욱 치게 만들었습니다.
"왜 꼭 교회는 초대형 교회여야 하고 번듯번듯해야만 합니까? 왜 교회에서 저 사람들이 살면 안됩니까? 왜 교회가 부자들이나 팔자 좋은 사람들의 위안처로서만 존재해야 합니까? 왜 교회가 적당히 부자들 적당히 회개시키고, 그 결과로 어느 정도 헌금하게 만들고, 위안을 주고 기분전환을 시켜주는 곳이어야 합니까?"
가난한 사람들,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그들은 예수님 공동체의 가장 핵심적인 멤버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공동체를 나름대로 추종하고 있다는 오늘날 우리 교회 공동체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우리 교회 공동체는 그 가난하고 딱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그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어떻게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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