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회를 욕하지 마십시오. 그보다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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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1-08 | 조회수2,513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예수님 시대 당시 유다교 전통 안에서 속죄예식은 일반화된 의식이었는데, 이는 자신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동물을 잡아 봉헌하는 의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속죄예식은 날이 갈수록 속죄제물을 둘러싼 이권 다툼의 장이 되었고, 여기에는 유대 고위층이 연루되어 강한 상업주의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 시대 유대 성전들은 극단적인 세속화 경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타락한 상업주의로 더럽혀진 유대 성전을 보시고 크게 실망하십니다. "이것들을 거두어 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고 꾸짖으십니다. 예수님의 강한 성전정화의지를 엿볼 수 있는 복음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이 함께 모여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새로운 삶을 통해 그분과 재계약을 체결하는 곳이 성전입니다. 그러나 장사꾼들, 또 그들과 결탁한 종교지도자들의 권모술수로 인해 심각하게 속화된 성전을 보신 예수님의 분노가 극에 도달한 것입니다.
당시 죄와 물욕으로 파괴되고 타락한 성전을 재건하고 정화시키는 일이 예수님의 몫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이 시대 물질만능주의와 집단이기주의로 혼탁해진 교회를 쇄신시키고 정화시키는 일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차바티칸공의회는 교회에 대한 개념을 한층 새롭게 정립하였습니다. 이제 진정한 의미의 교회는 단순한 장소나 건물 개념을 초월합니다. 물론 신자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는 장소, 전례가 이루어지는 건물로서의 성전도 중요한 성전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성전은 이제 예수님이 머무시는 곳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그분의 삶이 재현되는 그곳이 성전입니다. 성전은 "하느님 백성이 모인 곳"입니다. 매일의 미사를 통해 예수님의 모시고 그분을 기억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성전입니다. 그 신자들이 함께 모여 예수님을 기억하는 모든 가정이 다 성전입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교회란 이름의 가시적인 건물에 모인다할지라도 거기에 예수님의 말씀과 사상과 삶이 자리잡고 있지 않다면 그곳은 교회가 아니라 단순한 집단이 되고 맙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랄하게 교회를 비판합니다. 그리고 교회에 대해 지독한 실망을 느끼고 떠나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교회는 무엇입니까? 교회를 욕하는 바로 그 사람이 바로 교회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를 욕할 것이 아니라 교회를 욕되게 하는 그 추악한 권위주의와 기득권 획득을 통해 안주하려는 그 사악한 마음들을 비판하고 단죄해야 옳을 것입니다.
우리 각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교회입니다. 성체를 받아 모시는 우리 각자는 세상 앞에 하느님이 거처하시고 현존하시는 성전이며 감실입니다. 우리 각자는 모두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대변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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