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빈손과 가득찬 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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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1-09 | 조회수2,044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24세의 꽃다운 나이로 이승을 떠나가던 소화 데레사 성녀는 마지막 순간 이런 기도를 하느님께 바칩니다.
"이 생명의 저녁에 저는 빈손으로 당신 앞에 나아갑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살아 생전 두 가지 단어를 항상 버릇처럼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그 두 가지 단어는 "빈손"과 "작음"이었는데, 그녀는 실제 자신의 삶 안에서 이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하여 언제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실 우리들이 몸담고 살아가는 이 세상 안에서 "빈손"과 "작음"은 환영받지 못하는 단어들입니다.
어느 집이든 "빈손"보다는 "가득 찬 손"의 방문객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작은" 선물보다는 이왕이면 "큰" 선물을 선호합니다. 세상 사람들 앞에 "빈손"이나 "작은 것"들은 실망만을 안겨줄 뿐입니다.
우리 역시 무엇이든 작은 것보다는 큰 것, 엄청난 것, 대단한 것, 굉장한 것들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소화 데레사 성녀는 한 평생 우리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과는 정반대의 "작고 소박한 길"을 "빈손"으로 걸어갔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소화 데레사 성녀의 빈손을 은총의 선물로 가득 채워주셨고, 그 작고 소박한 길은 구원에 이르는 탄탄대로로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지극히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 일에도 충실하며 지극히 작은 일에 부정직한 사람은 큰 일에도 부정직할 것이다."고 말씀하십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 소중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때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작은 것들, 예를 들면 일상적인 업무들이나 기본적인 예절은 무시한 채 뜬구름이나 신기루 같은 것들을 추구합니다.
때로 우리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형제나 가족, 이웃, 동료들과의 관계는 소홀히 하고 무시하면서 바깥에서 뭔가 큰 것을 이루려는 꿈을 꿉니다.
우리에게 매일 다가오는 사소한 일상적 업무들은 실상 작지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매일 동행하는 우리의 이웃들은 작은 사람들이지만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끄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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