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설(瑞雪)같은 하느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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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1-13 | 조회수1,956 | 추천수22 | 반대(0) 신고 |
<11월 14일 수요일-루가 17, 11-19장>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늘도 움직이는 기도의 힘>
나병의 치료를 위한 마땅한 약도 없었고, 사회로부터의 냉대 역시 극심했던 예수님 시대, 나병환자들이 겪던 고초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아무리 노력해도 회복되지 않는 나병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자신의 살과 뼈를 갉아먹는 나병균 앞에 속수무책으로 사라져만 가는 자신의 손가락들을 바라만 보아야했던 병이 나병이었습니다.
병이 진전되면서 겪게되는 육체적인 고통도 큰 것이었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격리는 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이런 나병환자들에게 남아 있던 유일한 소망은 단 한 순간만이라도 예전처럼 보송보송한 피부를 되찾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더 이상 체면도 자존심도 부끄러움도 없었습니다. 멀찍이 떨어져있어야만 했었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온몸과 마음을 다해, 젖 먹던 힘을 다해 소리지르는 일뿐이었습니다.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이런 그들을 자비의 주님께서 어찌 외면할 수 있었겠습니까? 때로 간절한 마음이 담긴 기도, 강한 확신과 열정이 긷든 기도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수님의 속성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측면은 자비심입니다. 예수님은 본질적으로 약자나 패자를 책하고 엄벌하는 신이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배신자마저 감싸안는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응시하는 한 인간의 서글픈 눈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인간의 가련함 앞에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면서 다가가십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앞서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치십니다.
지금 이 순간 고통에 직면한 한 인간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그의 고통에 가슴아파 하시며, 그가 입은 오랜 상처를 어루만져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 인간이 처한 절박한 상황 앞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셔서 활동하시고 구원하시는 모습이 바로 예수님 본연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마치도 서설(瑞雪)과도 같은 분이십니다. 서설이 세상의 지저분하고 황폐한 모습을 깨끗이 씻어주듯이, 예수님의 손길은 우리의 숱한 죄악과 오랜 악습을 깨끗이 씻어주십니다. 예수님 그분만이 우리의 그 오랜 상처와 병고를 낳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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