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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절마당, 산들바람, 춤추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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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22 조회수2,041 추천수12 반대(0) 신고

11월 23일 금요일-루가 19장 45-48절

 

"성서에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절 마당, 산들바람, 춤추는 풍경>

 

우리의 문화가 태생적으로 불교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절 마당에 들어설 때마다 참으로 편안한 마음을 느낍니다. 거기다 산들바람이라도 불어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이 춤을 출 때면 마치도 고향집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휴가를 받으면 절엘 자주 갑니다. 제가 잘 들르는 남도 어느 산자락에 자리잡은 절 초입에는 이런 글귀가 세워져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절 안이다. 이 문에 들어서면 분별심을 내지 마라. 일백팔 그루의 단풍 숲을 거닐며 중생의 백팔번뇌를 말끔히 씻어 고운 염주 알이 되게 하라."

 

아마도 절에 들어서는 신도들이 적어도 절 안에서만큼은 속세의 마음을 버리라는 의도일 것입니다.

 

성전에 대한 경외심은 어떤 종교든지 큰 것이어서 거룩한 장소에 대한 정화의지 역시 큽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강한 성전정화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유대 성전들은 종교지도자들과 결탁한 상인들로 인해 극단적인 세속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백성들의 신앙 역시 영적 생활보다는 제물봉헌에 강조점을 둔 기복적이고 비정상적인 신앙생활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다 성전 입구에서 수많은 봉헌물 거래상들이 진을 치고 성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상인들은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는가 하면, 봉헌물을 사려는 사람은 한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서로 실랑이를 벌이곤 했습니다.

 

또한 상인들의 뒤에는 성전에서의 봉헌물 거래를 허용함으로써, 판매량의 일정한 퍼센트를 삥땅해먹는 종교지도자들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당시 유다인들은 하느님을 섬겨야 할 하느님의 집을 웃돈, 밀거래, 삥땅이 오고 가는 난장판, 도둑의 소굴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당시 유다인들의 가식적이고도 위선적인 기도생활 역시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어떤 유다인들은 집 안에 잘 있다가도, 그들의 공적인 기도 시간인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가 되면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회당이나 큰 길모퉁이나 장터 같은 곳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열심한 기도생활을 사람들 앞에 보란듯이 뽐내곤 했답니다.

 

이렇듯 많은 고위층 유다인들은 기도의 본질적인 측면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반면, 경쟁적으로 가식적이면서도 위선적인 기도에 몰두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형식적인 예배, 기복적인 신심으로 가득 찬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참된 성전은 주일미사 의무 때문에 마지못해 오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참된 성전은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며 그분의 극진한 사랑에 감사 드리는 곳입니다. 참된 성전은 다시 한번 그분께 대한 우리의 충실을 맹세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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