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기쁨과 축제의 장례식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기다림이 시작되는 날에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28 조회수2,142 추천수14 반대(0) 신고

11월 29일 목요일-루가 21장 20-28절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너희가 구원받을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

 

<기쁨과 축제의 장례식>

 

언젠가 한 종합병원 신장투석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그때 그때 신장투석실을 찾는 환자들의 파리한 얼굴들을 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현행 우리나라 장기 기증 및 이식 관련 체계 안에서 이식순서를 기다리기란 참으로 피말리는 일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나마 이분들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소식은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장기기증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한 사람 한 사람, 이승을 떠나가지만 장기기증의 실천을 통해 다시금 한 사람 한 사람 아름답게 부활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이 가족은 3대에 걸쳐 장기기증을 실천하였기에 "장기기증 3대"라고 불립니다.

 

경기도 동두천의 미군부대 도서관에서 27년째 사서로 일하고 있는 오재철(60)씨. 그는 지난 94년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 투석을 받으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인천의 김모씨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습니다. 물론 김씨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었습니다. 이런 오씨의 마음은 가족 모두에게 이어져 오씨의 모든 가족이 기꺼이 사후 장기기증서약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불행하게도 오씨의 둘째 아들 종화씨가 대전의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가족들은 슬픔을 뒤로 한 채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던 아들의 뜻에 따라 종화씨의 시신을 기증했습니다. 종화씨의 몸은 화상환자나 골다공증 등 조직결손으로 고생하고 있는 70여명 환자들의 뼈와 피부가 돼 다시금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말 오씨는 다시 부친 오춘산씨의 임종을 맞았습니다. 부친도 기꺼이 당신의 육신을 기증하라는 유언과 함께 눈을 감았습니다. 부친의 시신은 지난달 2일 경기 포천 중문의대에 기증됐습니다.

 

부친의 장례식을 치른 후 오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봤습니다. 거기에는 당신의 육신을 이 땅의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주고 떠나신 제 아버님과 둘째 아들의 미소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아버님의 장례식에서 흘린 저의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다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이웃사랑을 실천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오씨는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다고 합니다.

 

며칠 후 오씨의 노모 변옥순(83)씨도 사랑실천에 동참했습니다. 노모는 몇 해 전에 준비해뒀던 자신의 수의를 봉사단체에 갖다주며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 저승 가는 길에 입게 하라"고 했습니다. 남편의 뜻에 따라 시신기증을 하기로 마음먹은 터에 수의가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문화일보 5월 10일자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죄인들에게는 그 날이 징벌의 날이 되겠지만 의인들에게는 오시는 주님을 뵙기 위해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드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날을 잘 준비한 사람들에게 그 날은 축제와 기쁨의 순간이 되겠지만 흥청망청 살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비극과 혼란의 날이 될 것임을 경고하고 계십니다.

 

대를 이어 사랑의 장기 기증을 실천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그분들은 이미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끝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한해의 마지막 시기, 날마다 집착을 떨치는 우리의 나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주와 편리에 길들여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금 과감히 길떠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가을 산을 빨갛게 물들이는 단풍들의 축제는 과감히 초록을 벗어버리는 수목들의 아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진리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세계,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지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니고 있던 낡은 세계관과 가치관을 벗어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워하고 미련을 가지는 한 결코 새로운 길을 갈 수 없음을 알기에 미련 없이 지닌 바를 나누고 떠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장기기증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하여(사전, 또는 사후)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기증센타

 

주소: 우)100-089 서울 중구 명동 2가 1 가톨릭 회관 413호

전화: 02)727-2270, 727-2271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