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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른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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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30 조회수4,311 추천수23 반대(0) 신고

12월 1일 토요일-루가 21장 34-36절

 

"그러므로 너희는 앞으로 닥쳐올 이 모든 일을 피하여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가톨릭 다이제스트란 잡지가 있습니다. 이 잡지가 지닌 매력 중에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편하고 부담 없이 읽힌다는 것입니다. 이 잡지는 신앙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가슴 훈훈한 이야기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톨릭 다이제스트사는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이 잡지를 전국 소년원이나 교도소, 사회복지시설, 군인 본당 등에 매월 선물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 저희 아이들을 위해 빠짐 없이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12월호를 펴들었습니다. 매월 그랬듯이 이번 호에서도 가슴 뭉클한 한 사연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 쪽 형제들은 모두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들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남편의 누님 한 분만은 돌연변이에 속한다. 유독 이분만이 음이 자유로이 왔다 갔다 하는데, 참 이상한 것은 자신의 약점을 모르는지 노래를 할 때 너무 열심히 부른다는 것이다.

 

그런 누님이 며칠 전에 우리 집에 오셨다. 대개의 가족 파티가 그렇듯이 대충 상이 치워지고 어린아이들에게 노래를 시키면서 재롱이나 좀 보다가 끝을 낼까 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누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확실한 음정이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러나 자신 있고 당당한 목소리로 그녀는 노래를 이어 나갔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와아! 우리 누님 노래 잘한다! 그런데 아니, 이거 최신곡 아냐?"

 

칭찬을 받는 누님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너희 매형한테 내가 매일 노래를 불러드린단다. 그 양반이 무슨 사는 재미를 느끼겠니? 또 내가 노래를 부르면 알아듣기나 하겠어? 그래도 나는 부르고 또 불러드린다. 내가 <어때요? 나 노래 잘하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중풍으로 쓰러진 남편을 12년 째 혼자 돌봐온 그녀의 말은 계속 되었다.

 

"난 매일 매일 감사해. 아이들이 잘 커주었고 매형의 병도 더 악화되지 않아서 혼자 두고 얼른 미사에 갔다 올 수는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야. 나 성당 반장 일도 맡았어"(손정호, 순례자의 노래, 2001년 12월호 참조).

 

남편의 기나긴 투병생활을 순교자적인 모습으로 감당해나가는 자매님의 모습은 참으로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의식도 없는 남편의 귓가에 대고 "사랑의 노래"를 들려주는 자매님은 마치도 천사 같은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두 해도 아니고 십 이년이란 세월, 회복되리라는 기약도 없는 병간호를 기쁜 마음으로 해나가고 계신 자매님의 삶은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늘 깨어 기도하라"고 우리에게 권고하십니다.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은 결국 현실에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현실에 충실하다는 것은 자매님의 삶이 우리에게 보여주듯 불행이 다가와도 좌절치 않는 삶, 고통가운데서도 희망하는 삶, 끝가지 이웃을 포기하지 않는 삶입니다.

 

"매일의 삶에 철저할 때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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