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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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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03 조회수2,387 추천수12 반대(0) 신고

12월 4일 대림 1주 화요일 루가복음 10장 21-24절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가끔씩 정곡을 찌르는 논객들의 논리정연함 앞에 감탄할 때가 있습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상황판단을 근거로 펼치는 송곳같이 예리한 필치는 가슴을 후련하게 합니다. 읽을 때마다 "참, 글을 잘 쓴다"는 부러움을 갖게 하는 분이 "시사저널사" 서명숙 편집장입니다. 그분은 "시사저널 623"호에 요즘 여러 정치인들의 과욕에 대해서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한가로이 정동길을 걸었다. 이미 겨울의 길목에 서있는 것일까? 늦된 은행잎이 얼마간 남아 있을 뿐 나무는 빈가지로 남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문득, 아름답게 물들어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그들의 순명(順命)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요즘 갖가지 추한 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마다 자기야말로 최적임자라고 강변한다. 아직 연초록 잎을 더 피워야 할 사람도, 빈가지로 겨울을 나야 할 사람도 자기가 화려한 단풍이라야 한단다.

 

계절을 모르는 것은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막 옷을 벗은 이○영 전 경찰청장도 "군산 앞바다"에 몸을 던질 각오가 됐다"면서 지방 선거에 출마할 뜻을 비쳤다. 물론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낙후한 전라북도 발전을 위해서란다.

 

정말 왜들 이러나. 지역을, 나라를 위해 할 일이 꼭 도지사 출마나 대권 도전 밖에 없는가. 참으로 상상력이 결핍된, 지독히 속물적인 사고방식들이다. 평생을 경찰에서 보낸 뒤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교통 정리 자원봉사를 한다면 좀 보기 좋겠는가.

 

김○필 자○련 총재도 그렇지. "서산 하늘을 마지막으로 벌겋게 물들이고 싶어"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 동네 노인대학에서 조근조근 강의를 한다면, 입만 열면 그의 노욕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무색해 할 것인가?(시사저널 623호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의 단순함과 소박함을 높이 평가하십니다.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을 볼 때마다 그들이 지닌 순수함은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할 신앙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습니다.

 

어린이가 된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고 소욕지족(所欲知足)하는 일입니다. 어린이가 된다는 것은 오늘 이 순간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감사하고 기뻐하는 일입니다. 어린이가 된다는 것은 떠나야 할 순간이 오면 지체 없이 털고 떠나는 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녔던 첫 마음의 순수함을 다시 회복하는 순간,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보게 될 것입니다. 순수함은 철저한 자기 비움을 통해서 다가옵니다.

 

봄날 숲의 아름다움은 결코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닙니다. 진실에 이르기 위한 겨울 숲의 침묵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날을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한번은 엄격한 자기 수련을 거쳐야만 합니다. 외부로 향한 시선을 모두 거두고 내면을 향한 철저한 응시의 시간을 지녀야만 합니다. 그것은 곧 욕망과 집착의 허망한 사슬을 끊고 모든 사물을 바로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삶의 아름다운 날을 위해 허세와 위선을 모두 떨구고 자신을 비워야만 합니다. 그리고 진실된 삶의 자리를 찾아 돌아가야만 합니다(성전스님, 대한매일 12월 1일 참조). 이러한 노력 끝에야 비로소 우리는 완전한 새로움이신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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