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적의 쌀 단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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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2-05 | 조회수2,646 | 추천수21 | 반대(0) 신고 |
12월 6일 목요일-마태오 7장 21-27절
"기적의 쌀 단지"
"나더러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한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언젠가 한국 천주교회 평신도들의 신앙생활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초기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열정과 순교자들이 흘린 피의 결과이겠지만, 오늘날 한국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날로 성장해가고 있는 다양한 신심단체들이나 봉사단체들이 주축이 된 많은 사회 활동들은 한국 사회 안에서 가톨릭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안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한 가지 지적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신앙 따로 삶 따로", "미사 따로 생활 따로"현상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 가톨릭 신자들은 대체로 교회 전례 생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교회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전혀 다른 생활과 의식구조를 가지고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미사에는 의무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참여하지만, 미사가 끝나고 성당 문을 벗어나는 순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화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가 참된 미사로 완결되려면, 성당 안에서의 미사로만은 불가능합니다. 성체를 받아 모신 우리가 또 다른 그리스도, 제 2의 그리스도가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그분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순간, 우리의 미사는 참된 미사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생활은 참회의 예절 시간에 적당히 반성하면서 눈물 좀 흘리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참된 신앙생활은 적당히 헌금하고 주일 빠지지 않는 것으로 결코 충분치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행동하지 않는 신앙인, 계획만 잘 세우는 신앙인, 좋은 생각만 지닌 신앙인,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신앙인, 겉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썩어문드러진 신앙인을 가장 혐오하십니다.
참된 신앙생활은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말씀을 끊임없이 실천에 옮기는 일입니다. 그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에게 하신 일,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위로와 치유, 봉사의 삶을 매일 실천할 때 우리는 참된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한 자매님을 알고 있습니다. 이분이 오래 전부터 소리 없이 실천해오신 일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사랑의 쌀 단지" 돌리기입니다. 자매님은 경기도 이천에 가셔서 작고 앙증스런 단지를 대량으로 주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그 단지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 "아직도 끼니를 못 잇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아세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매끼니 밥 지을 때, 예수님께 드린다 생각하시고 한 공기씩만 단지에 넣어주세요. 그리고 쌀이 꽉 차면 전화를 주세요." 그렇게 해서 모인 쌀은 추석이나 설이 돌아올 때마다 가장 어려운 시설에 전달해오셨습니다.
미사가 지닌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나눔입니다. 미사를 봉헌했다는 것은 이제 구체적인 생활 안에서 어려운 이웃과 나눌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사에 참석해서 생명의 빵을 받아 모신 사람들이 실제 생활 안에서 전혀 나누지 않는다면, 그 미사는 진정으로 완결된 미사가 아닙니다.
"진정으로 사는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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