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 저는 가볍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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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2-14 | 조회수2,302 | 추천수22 | 반대(0) 신고 |
12월 14일 금요일 십자가의 성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십자가의 성요한의 생애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이고도 세밀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 "무에의 추구"(리차드 하디 저, 분도 출판사)입니다. 요한과 관련한 방대한 참고문헌을 토대로 쓴 책이기에, 성인전 특유의 감상적이거나 거북한 색채가 적은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요한이 우리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구름 속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인물이었음을 강조합니다. 그는 죽음 직전의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가볍네요"하고 동료들에게 농담을 건네던 사람이었고, 당시 수도자들이 멀리해야만 했던 가족들을 극진히 사랑했으며,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꼈던 우리와 비슷한 한 인간이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요한이 우리보다 좀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우리보다 훨씬 성실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사회악에 끊임없이 도전했습니다. 그러한 도전들은 그에게 깊은 좌절을 안겨주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요한은 결코 외계인이 아니었습니다. 변장한 천사가 아니었습니다. 비록 부족한 한 인간으로서 삶이었지만, 하느님께 대한 지속적인 신뢰와 충실이 그를 위대한 성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요한은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함께 가르멜 수도회의 개혁을 추구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가르멜 수도회는 초창기 엄격했던 회칙이 수세기가 지나면서 지나치게 완화되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수사들은 관상생활에 대한 열의가 줄어든 반면, 외부 사도직 활동에 더 치중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못마땅하게 보아왔던 데레사와 요한은 다른 무엇보다도 침묵과 관상기도에 역점을 두었던 초창기 회칙에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의지는 반대파들에 의해 계속 좌절되고 맙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 교회에서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겠지만, 반대파 수사들은 쇄신을 부르짖는 요한을 어둡고 좁은 수도원 감옥에 감금시켜버립니다.
요한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추구하였던 수도회 쇄신작업의 여정은 요한에게 있어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9개월 간에 걸친 톨레도에서의 감옥생활, 개혁을 반대했던 수사들로부터의 끊임없는 위협,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였던 굴욕, 말년에 이르러 가혹하고도 무자비한 원장으로부터 당했던 수모, 고통에 찬 죽음...끝없는 가시밭길이 바로 요한의 길이었습니다.
공동체 형제들로부터의 반대와 박해, 그로 인해 거듭된 추방에도 요한은 언제나 꿋꿋했습니다. 왜냐하면 요한은 언젠가 반드시 하느님의 선이 승리하리란 것을 굳게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요한이 복음정신에 따라 수도회 쇄신을 추구하다 형제들로부터 받은 고통의 한 장면입니다.
"1577년 겨울, 요한은 고색창연한 도시 톨레도의 한 수도원 감옥에 감금되었다. 그 감옥은 가로 1.8미터, 세로 3미터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방이었다. 창은 하나도 없었고, 높은 천장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으로부터 가느다란 빛이 새어 들어오곤 했었는데, 요한은 성무일도를 바치기 위해 최대한 발뒤꿈치를 들어올려야만 했다. 처음 이 방에 들어선 요한은 너무도 깜깜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차츰 어둠에 눈이 익자 대충 드러난 감방의 모습은 참담한 것이었다. 차가운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습기를 막기 위한 널빤지 두 장과 두 장의 담요, 변기로 쓰라는 듯한 물통 한 개가 살림살이 전부였다. 식사의 양은 아주 적었고, 매일 똑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은 수사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들이었다.
이런 죽음보다 더 심한 동료수사들로부터의 따돌림과 그로 인한 소외감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수도회 개혁에 충실했던 의인이자 하느님의 사람이 요한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불멸의 어록들은 세기가 바뀌어도 사람들의 마음 안에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바뀌어도 좋습니다. 주 하느님, 우리가 당신 안에 뿌리를 내린다면"(빛과 사랑의 말씀 30).
"어디를 간다한들, 주님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서나 내가 당신을 위해 원하는 대로 내게 이루어질 것입니다"(빛과 사랑의 말씀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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