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해 아침에..(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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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우진 | 작성일2002-01-01 | 조회수1,930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난 2001년 마지막 날을 눈 속에서 보냈다. 이곳 춘천에 눈이 하루 종일 내렸기 때문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눈을 내려뜨고 땅을 보노라면 쌓이는 눈을 치워야 한다는 현실이 날 한숨짓게 했다. 우린 이렇게 늘 현실과 이상의 격차를 절감하며 살아가나보다.
다행스럽게도 11시경부터는 눈이 그치기 시작했고 11시 50분정도가 되어서 눈을 치우는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형제들과 도구들을 정리하고 앞 다투어 새해를 맞이하는 타종식을 보도하려는 방송사들의 취재 경쟁을 지켜보았다.
12시가 지나자 폭죽, 환호 소리, 새해를 축원하는 소리로 북새통을 이룬 모습이었다. 그들은 새해에는 묵은 때를 털어버리고, 화해와 협력, 용서와 평화를 기원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결국 이어지는 것은 월드컵, 지방 선거, 대선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꼭 16강에 진입해야 한다느니, 탁월한 지도자가 나와서 어려운 경제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느니 그런 것들이었다. 새 희망, 화해와 협력, 용서와 평화는 어느새 사라지고 월드컵과 대선, 지방선거가 모든 것인냥 주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국가적으로 커다란 행사이기에, 국가의 지도자들을 뽑는 것이기에 중요한 일이고 그래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해는 가지만 어찌 화해와 협력, 용서와 평화라는 말이 그런 행사들을 이야기하기 전의 서론 격으로 양념정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안타까웠다.
오늘은 세계 평화의 날이자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다.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님이 되심, 하느님이 인간이 되심을 기뻐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고, 특별히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중재를 비는 날이다.
평화란 무엇일까? 平和라는 한자를 보면 입(口)에 먹을 것(米)이 고르게 되는 것(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말의 의미를 분배의 정의, 비록 물질적으로 고르게 되지 못했더라도 더 가진자에 대한 용서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교황님께서도 평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신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 땅에 주시는 선물이요, 인간들이 이 땅에서 꽃 피워야할 열매라는 것이다. 그 평화는 정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정의는 서로에 대한 용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이다.
결국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가 그 어떤 제한도 없이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뜻에 따라 고르게 전해지는 것, 그런 세계를 이루는 것, 그것이 평화가 아닐까?
난 과연 올 한해 이 평화를 위해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구하는 참된 평화는 결코 월드컵 16강을 통해서나, 정치 지도자들이 이루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더불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2002)의 마지막 날에 눈을 치우느라 정신을 잃기보다는 나의 응답이 무엇이었는지, 과연 얼마나 그것에 매진했는지 조용히 반성할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를 해보지만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행복하시고 새해에는 평안 하시길 기도 중에 기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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