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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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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2-01-03 조회수1,918 추천수9 반대(0) 신고

주님 공현 전 목요일 말씀(요한 1,29-34)

 

어제에 이어 오늘 복음은 둘째 날의 이야기다.

어제 요한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는 분을 자신은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요한은 자기 쪽으로 오시는 예수를 보고 즉각 외친다.

"보라, 세상의 죄를 치워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실로 엄청난 신비를 알아보는 요한의 외침이다.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는 예수님의 칭호는 공관복음에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던 것으로서, 많은 유다인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구약)성서와 묵시문학에서 사용하던 용어였다.

 

당시 유행하던 묵시문학 ’에녹서’에서는 세말의 최후심판 때에 지상에서 모든 악을 쓸어낼  ’어린 양’이 온다고 하였다. 그 연약한 어린 양이 최후의 승리를 가져온다는 사상은 요한 묵시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사야서의 ’야훼의 종’의 노래(52,13-53,12)에서는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어린 양’처럼 순하고 묵묵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고난받는 주님의 종을 예고했었다.

또한 출애굽기(12,12이하)에서 ’어린 양’의 피를 바른 이스라엘의 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맏이가 죽는 재앙을 입었던 사건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어린 양’은 백성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네준 과월절의 희생제물을 말한다.

 

이 모든 표상들을 한데 아우르는 "세상의 죄를 치워 없애시는 어린 양"이라고 요한은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공관복음에서는 중반에 가서야 예수의 신비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데 비해, 요한복음은 요한에 의해서 처음부터 예수의 신비를 명확하게 밝혀내고 시작한다.  

"내가 전에 내 뒤에 오시는 분이 한 분 계신데(첫날) 그분은 사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셨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분을 두고 한 말이었다."

이것은 태초부터 계신 선재하신 분이라는 ’말씀 찬미가’의 고백과 일치하는 말이다.

이처럼 엄청난 신비를 어떻게 요한이 알 수가 있었을까?

 

"나도 이분이 누구신지 몰랐다."

요한도 실은 몰랐다. 그도 "성령이 내려와서 어떤 사람 위에 머무르는 것을 보거든 그가 바로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실 분인 줄 알아라"는 자신을 보내신 분의 말씀을 듣었다고 증언한다.

마침내 요한은 "성령이 하늘에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와" 예수 위에 머무르는 광경을 보았고, 그래서 예수가 누구신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요한은 어제 제관들이 질문했던 "왜 세례를 베푸느냐?"(25절)는 대답을 오늘에서야 밝힌다.

"그분이 이스라엘에게 드러나서 알려지도록, 바로 그 때문에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러니까 요한이 세례를 베푸는 까닭은 다만 자신에 대한 관심을 널리 모아들여 종국에는 예수를 알리려는 계획일 뿐이었다는 것이다.(회개의 선포는 요한복음엔 나타나 있지 않다. 공관복음에서보다 요한의 역할은 더 축소되어 있다.)  

 

오로지 그 많은 눈들과 기대를 "보라!" 하고 자신이 가리키는 "어린 양"에게로 보내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말이다. (요한 3,26-30 참조)

자신은 백성을 그분께 보내기 전에 물로 외적인 것을 씻겨주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 그분은 불로 세례를 베푸는 종말론적인 구원을 가져다주는 분이심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공관복음에서와 같이 예수의 정체에 대해 약간의 의혹을 가지고 있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아니다(루가 7,19)

 

왜 이렇게 다른가? 요한 복음은 이미 예수님을 ’세상의 죄를 치워 없애주시는 어린 양, 태초부터 선재하신 분, 하느님의 아들’로 이미 확고하게 믿고 있는 사람에게 들려주시는 복음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사람들을 항상 다음 단계로 보다 높은 단계로 이끌어주시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올 한 해를 출발하기에 앞서, 신앙인으로서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볼 시점이 되었다. 항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신앙의 진보가 없다면 올해에는 일 진보한 신앙인으로 도약하기를 간절히 갈망하면서 다음 단계의 주님의 수업에 기꺼이 참여할 준비를 하라는 세례자 요한의 초대로 알아 듣는다.  

 

"보라!"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라!" 주님이 보여주실 새로운 세상을...

"보라!" 주님과 함께 하는 신나는 삶을...

 

 

사족: (미사 전례 양식에서 ’보라!’로 우리를 예수께 초대하는 요한의 음성을-미사 때는 사제의 초대- 삭제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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