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들이 무엇을 보았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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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2-01-03 | 조회수2,202 | 추천수24 | 반대(0) 신고 |
2002, 1, 4 주님 공현 전 금요일
요한 1,35-42(첫 제자들)
이튿날 다시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예수께서 걸어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두 제자는 요한이 말하는 것을 듣고 예수를 따라갔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당신들은 무엇을 찾고 있소?"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랍비, 어디 머물고 계십니까?" 하고 여쭈었다. 랍비는 번역하면 선생님이라는 말이다. 그분은 그들에게 "와서 보시오"하고 이르셨다. 이에 그들은 같이 가서 그분이 머물러 계시는 곳을 보고 그 날 그분과 함께 지냈다. 시간은 대략 오후 네시쯤이었다.
시몬 베드로의 동기 안드레아는 요한의 말을 듣고 그분을 따라간 두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는 먼저 자기 동기 시몬을 만나서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네" 하고 말했다.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이다. 그는 시몬을 예수께 데리고 갔다. 예수께서는 그를 눈여겨보시며 말씀하셨다. "당신은 요한의 아들 시몬입니다. 당신은 게파라고 불릴 것입니다." 게파는 번역하면 베드로이다.
<묵상>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가 스승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호의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찾고 있소?" "랍비, 어디 머물고 계십니까?" 그들의 물음은 조금 의외입니다. "랍비, 당신은 진정 누구십니까?"라면 모를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와서 보시오" 라고.
어쨌든 요한의 두 제자와 예수님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참으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요한의 제자들은 그 짧은 시간의 만남 후에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고백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사도 중의 한 사람을 기억하는 안드레아, 그러나 당시에는 어느 누구 하나 기억해주지 않는 가난한 어부, 무지랭이 같은 촌사람이었던 안드레아, 과연 그는 무엇을 보았길래 자신의 동기 시몬에게 달려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그러니 예수님께 함께 가자고 이끌 수 있었을까요.
자신을 가난에서 구해 줄 엄청난 보화를 보았을까, 촌사람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명예를 보았을까, 알 수 없습니다. 허나 분명히 무엇을 보았음에는 틀림없습니다. 자신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무엇을, 감히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무엇을, 삶을 완전히 뒤바꾸게 하는 무엇을 보았음에 틀림없습니다.
안드레아가 본 것이 어쩌면 소박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주눅들지 않고 함께 먹고 즐기며 맘껏 소리지르며 삶의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병든 사람이 내팽겨쳐지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환대를 받는 모습을, 너 나 할 것 없이 편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음직한, 아니 있어야만 하는 그런 아름다운 정경, 그러나 좀처럼 찾기 어려운 그런 소박한 삶의 정경을 말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인 세상을 말입니다.
분명히 안드레아는 변했습니다. 예수님은 유창한 언변이나 과장된 행동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당신의 삶을, 당신의 삶의 현장을 보여 주셨을 뿐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도 제2, 제3의 안드레아가 있습니다. 단순히 선교의 대상, 예비 신자 입교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입에 발린 달콤한 말이나 생색내기식의 자선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예수님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를 보고 그들은 삶의 참된 의미를, 빼앗긴 기쁨과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까요. 그런데 과연 지금 우리가 보여 주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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